국내 대형항공사(FSC)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통합에 앞서 마일리지 통합 비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드사를 비롯해 시장에서 책정하는 마일리지 가치가 아시아나보다 대한항공이 상대적으로 높아 1대1 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의 스타얼라이언스 연합 탈퇴마저 거론되며 일부 고객들은 마일리지 소멸을 우려해 미리 사용하는 ‘손절성 소비’를 늘리고 있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 인수추진단을 꾸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인수추진단은 물리적인 통합부터 멤버십과 마일리지 통합 방식, 향후 운영 방안 등에 대해 내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아시아나항공 고객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통합을 권고했다.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양사 통합 이후 마일리지는 같이 사용되며 소비처가 늘어나 오히려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다를 수 있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아시아나보다 높게 평가한다. 대한항공은 1,500원당 1마일이 적립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이 적립된다. 마일리지를 1대1 비율로 통합할 경우 고객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1대1로 통합할 경우 대한항공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 마일리지는 일종의 부채로 인식된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지난 2·4분기 기준 각각 8,416억원, 2조5,041억원의 마일리지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가 통합 시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로만 3조원이 넘는 부채를 쌓아야 하는 셈이다.
아울러 통합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항공 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 탈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며 고객들은 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는 스타얼라이언스 내에서 항공사 티켓을 발권하거나 좌석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고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이 막혔을뿐더러 사용처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 마일리지몰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를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일리지 가치가 떨어지기 전 커피 등 음식료나 음악·데이터 이용권을 사용하는 고객들의 움직임이 늘고 있다”며 “소멸이나 가치 하락을 우려해 미리 사용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르면 이달 중 인사·마일리지 등 시스템 통합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두 항공사가 그동안 다른 시스템을 사용해온 만큼 내부 시스템이 완전히 통합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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