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집값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더뎠던 일산 부동산 시장도 최근 들썩이는 분위기다. 일산 동구 장항동의 30평대 아파트가 이달 들어 14억 원에 거래된 것. 새 임대차법 이후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전세난이 일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김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일산이 풍선효과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일산동구 장항동의 신축 단지 ‘킨텍스 원시티 3블록’ 전용 84.65㎡가 이달 14억원에 거래됐다. 30평대 아파트 가격이 대출금지선인 15억원 턱밑까지 올라온 것이다. 동일한 평형은 아니지만 같은 단지의 비슷한 크기의 매물(전용 84.44㎡)이 지난달 13억원에 손바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한 달새 1억 원이 뛰었다. 킨텍스 인근 새 아파트가 일산 아파트값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일산 곳곳에서 신고가 거래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일산서구 일산동의 구축 단지 ‘후곡마을(임광)’ 전용 130㎡는 이달 들어 9억4,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전고가보다 1억6,800만원 오른 가격이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5억원이면 산다’고 언급해 화제가된 일산서구 덕이동의 ‘하이파크시티 일산 아이파크 1단지’ 아파트 전용 146㎡도 이달 6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5억7,9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는데, 두 달 만에 7,000만원 가량 가격이 올랐다.
분당과 함께 1기 신도시로 조성됐지만 일산 집값은 ‘베드타운’이라는 한계와 인근에 3기 신도시 물량이 대거 공급되면서 집값이 오르지 못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이번 정부 들어 분당과 일산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처럼 가격 상승 흐름에서 소외됐던 일산에 최근 매수세가 몰리는 이유로는 ‘전세난’이 꼽힌다.
일각에서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한 김 장관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5억원이면 살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일산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산동의 한 공인 관계자는 “투자 문의도 있지만 내 집 마련을 하려는 30대, 40대 실수요자들의 매수 문의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에서는 지난 20일부터 김포가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면서 일산이 풍선효과를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산도 역시 조정대상지역인 만큼 풍선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KB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일산의 가격 상승 원인은 풍선효과 보다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과 전세난으로 인한 전세회피수요 영향이 크다”며 “풍선효과를 보려면 규제가 없어야 하는데 일산도 현재 규제지역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풍선효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