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관한 전문심리위원들 평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특검은 실효성이 없다며 평가 절하했지만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감형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 심리로 21일 열린 이 부회장의 속행 공판에서 박영수 특검팀은 “이번 평가 결과로 재판부가 강조한 그룹 총수가 두려워할 만한 정도의 제도라는 점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총수와 직접 관련된 세부평가 항목 9개 가운데 8개가 사실상 미흡하다고 밝혔고 이 부회장 측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조차도 9개 중 6개 항목에서 미흡한 것으로 평가한 사실을 부각했다. 특검 측은 “결국 범행의 진지한 반성이라는 양형 요소를 인정하기는 불가능하다”며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회장에 대한 권고형량 범위는 5년에서 16년 5개월 사이”라며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이 인정되더라도 징역 5년 이하의 형을 선고하는 사유는 될 수 없다”고도 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강 위원과 김 위원이 최고경영진에 대한 준법감시위의 감시활동을 긍정 평가했으나 특검 측이 추천한 홍순탁 회계사만 삼성의 노력을 전혀 평가하지 않은 점을 내세웠다. 이 부회장 측은 “준법감시위는 8개월 동안 안건 833건을 처리하면서 의견제시 129건 등의 조치를 했다”며 “이 부회장은 노조 활동 보장, 4세 경영 포기 등도 국민 앞에서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또 전문심리위원들로부터 지적받은 계열사들의 권고 불이행이나 탈퇴 가능성, 대응책 지연, 삼성물산 합병 관련 조사 미흡 등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특검 측이 항목별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를 수치화한 것과 관련해서도 “준법감시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은 O·X로 평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평가 사항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적 운영을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재판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준법감시위에 대한 평가는 전문심리위원별로 엇갈렸다. 이 사건의 결심 공판은 오는 30일 열린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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