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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대금 7.6兆인데 백신자금은 절반도 안돼…타결될지는 미지수

협상전망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권욱기자




우리 정부와 이란 정부의 협상에서 가장 난항이 예상되는 지점은 한국 정부가 인도적 지원 방식으로 사용하게 되는 백신 비용에 만족할지 여부다. 현재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 상환대금 규모가 총 70억 달러(약 7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가운데 이란 정부를 위한 백신 구입 지출 비용이 상대적으로 소액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이 국제 백신 공동 구매 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이란 인구(8,500만여 명)만큼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더라도 총 금액은 70억 달러에 훨씬 못 미친다. 코백스 퍼실리티가 가장 고가로 분류되는 모더나 백신(1회 접종 기준 32~37달러)만 구매해 이란의 모든 국민들에게 공급한다 해도 그 금액은 27억 2,000만~31억 4,500만 달러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보다 저렴한 화이자(19.5달러), 아스트라제네카(3~4달러) 백신을 구매할 경우 백신 구입 비용은 더욱 줄어든다. 한국도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현재 1,000명 분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 다른 협상의 충돌 예상 지점으로는 이란이 한국 정부에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추가로 확보해 이 비용마저 한국 내 은행 계좌에 동결된 자금을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이다. 한국 정부도 추가적인 백신 구매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란이 이 같은 카드를 제안할 경우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란 정부가 전체 70억 달러의 동결 자금 중 일부분만 백신에 사용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동의할지 여부도 변수다. 전체 70억 달러 규모 중 10억 달러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백신 구매 비용 이외의 나머지 60억 달러에 대해서도 동결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이 5일(현지 시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70억 달러(약 7조 6,000억 원)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 같은 전망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미국이 특별 승인한 방법이 ‘원화 자금 납부’라는 것도 큰 변수다. 코백스 퍼실리티가 다국적 기업의 백신을 구매하려면 우리가 납부한 원화를 다시 달러로 환전해야만 하는데 이란은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개입할 수 있음을 의심하고 있다. 이란이 제재 현실을 받아들이고 우리의 성의 표시를 인정한다 해도 특별 승인에 대한 미국의 진의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백신을 지원해 주더라도 원유 수출 대금에 비하면 그 액수는 상당히 소액에 불과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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