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원 그룹이 해외 의료 사업체를 싱가포르에 상장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내년 국내에 상장하기로 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주식시장이 아시아 지역 최하위권으로 침체된 반면 국내 증시의 활황세 때문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차병원 그룹의 해외 병원 투자 계열사인 차헬스케어는 싱가포르 상장 계획을 취소했다. 차헬스케어 측은 “싱가포르 상장을 검토는 했으나 국내 상장으로 최종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 증시는 외국 기업이 대부분이고 기관투자가 중심이어서 안정적이지만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면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 국내를 포함해 홍콩 등으로 상장 전략을 변경한 것 같다”고 전했다.
차헬스케어는 싱가포르 병원 운영사인 싱가포르메디컬그룹(SMG)을 지주사로 상장을 추진해왔다. 지주사는 미국·호주·일본·인도네시아 등에 해외 병원을 주요 계열사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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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증시인 스트레이츠타임스(ST)지수는 차헬스케어가 상장을 준비하던 지난 2018년에는 3,000대 초중반을 유지했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2,000선으로 떨어졌다. 아시아 주요 국가 가운데서도 가장 최악의 실적이다. 자국 기업보다 해외 기업의 상장이 다수고 주요 종목의 80% 이상이 경기순환주가 차지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교역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피해를 입으면서 이들의 리스크가 온전히 싱가포르 증시를 강타했다.
차병원 그룹의 해외 병원 투자 사업은 미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미국 병원 투자 법인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매출은 3,669억 원, 총괄 순익은 116억 원이다. 미국 정부의 병원 보조금 승인이 이뤄지면서 관련 수익이 들어오고 있다. 호주 병원은 2019년 영업 적자에서 지난해 30억 원 규모 흑자로 돌아섰다. 싱가포르의 37개 개인 병원을 인수한 싱가포르메디컬그룹은 약 300억 원대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병원 사업에서 눈에 띌 만한 수익성이 보이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해외 병원 투자 법인을 상장하겠다는 계획은 확고한 만큼 변동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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