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신한BNPP자산운용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며 BNP파리바와의 합작 관계를 청산하고 독자 자산 운용업 체제를 밟는다. 지분 제휴에 따른 시너지는 사실상 사라졌지만 해마다 수십억 원의 배당금만 지불하고 있는 만큼 독자 노선을 걷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BNP파리바그룹은 이미 투자금의 2배가 넘는 1,000억 원 이상을 배당금으로 챙겼고 지분 매각 차익까지 더하면 투자 수익률이 300%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15일 BNP파리바로부터 신한BNPP자산운용 지분 35%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양사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BNP파리바가 보유한 신한BNPP자산운용 지분 35%를 매매하기로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신한금융은 신한BNPP자산운용의 지분 100%를 보유하며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2002년 10월 신한투자신탁운용 지분 ‘50%-1주’를 BNP파리바에 238억 원에 매각하며 합작 법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이후 2009년 SH운용과의 합병으로 BNP파리바 지분은 35%로 줄었는데 이번 계약으로 BNP파리바의 지분은 완전히 사라졌다.
신한금융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발 빠르게 자산 운용 전략을 수립하는 동시에 비금융 계열사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일찌감치 그룹의 비은행과 자본시장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산 운용 역량 강화에 힘써왔다. 2017년 신한리츠운용을 출범하고 2018년에는 인도네시아 자산 운용사 아키펠라고를 인수했다.
향후 신한금융은 그룹 내 신한대체투자운용·신한리츠운용과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자산 운용 부문 개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 변화에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 체계를 갖추게 된다”며 “글로벌 대체 투자 등 국내 투자자의 다변화되는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상품 소싱 역량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해마다 신한BNPP자산운용에서 BNP파리바에 지급한 배당금도 아낄 수 있다. BNP파리바는 지난해 약 73억 원, 2019년 약 60억 원 등 2002년 제휴 이후 신한BNPP자산운용으로부터 1,200억 원 이상의 배당 수익을 챙겼다. 이번 지분 매각 대금도 기존 인수 금액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BNPP자산운용의 합작 관계는 정리하지만 양사의 제휴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BNP파리바 그룹은 신한금융지주 지분 3.5%를 보유한 전략적 투자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양사의 지분 거래는 그룹 내 자산 운용 부문의 시장 선도력 확대를 위한 전략적 의사 결정”이라며 “신한금융과 BNP파리바그룹 간 20년 동안 이어져 온 전략적 파트너십을 시장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발전, 계승시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