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인테리어 산업은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긴 지난 1992년부터 10년간 매년 두 자릿수대로 성장해왔다. 협소한 주택이 많은 데다 주택 분양 전까지 집을 고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이 시장을 노린 부동산 업체들도 주택 판매를 위해 열을 올려왔지만, 고객이 원하는 주택을 실제로 구현하는 시뮬레이션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더뎠다. 3차원(3D) 인테리어 기술을 보유한 어반베이스가 창업 5년 만에 일본 인테리어 시장에 도전장을 낸 이유다. 하진우(사진) 어반베이스 대표는 18일 서울경제를 만나 "2018년 말 일본에서 우리 기술을 본 미쓰비시, 스미토모 등 일본 주요 부동산 업체는 '성공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2014년 어반베이스를 창업한 하 대표는 2019년 일본 법인을 세웠다. 불과 1년 만에 일본에서 연간 6조7,000억 원을 버는 1위 가구회사인 니토리의 현지 500여 개 매장에 3D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어반베이스가 니토리에 공급한 서비스는 가상의 공간에서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배치하는 시뮬레이션 기술에 3D 공간으로 변환하는 기능이 더해졌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직원이 상품 소개부터 견적까지 낼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다. 이 기술의 성공 가능성은 일본이 먼저 알아봤다. 하 대표는 "니토리의 시스템 부문을 돕던 소프트뱅크가 우리 기술을 니토리에 추천해줬다"며 "내달부터 일본 굴지의 부동산 업체에도 기술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반베이스의 일본 비즈니스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하 대표의 가장 큰 걱정은 얼어붙은 한일관계였다. 2019년 일본의 수출 보복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국산화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사업성공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그의 걱정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그는 니토리로 기술을 수출하게 된 소식도 몇 개월 미뤄 공개했다. 그는 "니토리와 소프트뱅크 실무진이 먼저 '정치는 정치고 사업은 사업 아니겠느냐'고 말해줘 반가웠다"며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 성공 이후 우리나라 정보통신(IT) 기술에 대한 두터운 신뢰가 일본 사업을 순탄하게 진행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하 대표의 또 다른 목표는 어반베이스의 사업 분야를 시공까지 넓히는 것이다. 시공은 자재부터 인력까지 관리해야 하므로 인테리어 사업 가운데 까다로운 분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하 대표는 건축학도로서 직접 집을 짓는 현장을 경험했기 때문에 시공 사업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우려는 창업 3년 이상 7년 이내 기업이 겪는 데스밸리를 넘긴 올해부터다. 정부 지원 정책은 초기 창업 기업에 방점이 찍히다 보니, 어반베이스와 같이 안정기에 접어든 기업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하 대표는 "창업 후 6~7년이 지나면, 도전할만한 정부 지원 사업이 크게 줄어든다"며 "우리처럼 IT 기술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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