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G화학(051910) 배터리 분사 논란’ 이후 3.8조원 규모의 LG화학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이 올해 들어서도 6,000억여원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인들은 새해들어서도 2,126억원 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LG화학 주식을 6,05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개별 종목 기준으로 네이버(6,103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순매수 규모다.
외국인은 지난해에도 LG화학을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이 사들이는 등 ‘애정’을 보여왔다. 지난해 외국인은 LG화학을 2조3,894억원어치 순매수했고, 특히 지난해 9월 16일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부문의 물적 분할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배터리 분사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는 무려 3조7,94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개인이 대거 순매도한 것과 다른 움직임이다. 개인은 배터리 분사 논란 이후 22일까지 2조5,440억원을 순매도했다. 국내 증시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은 순매도액이다. 올해도 2,126억원을 순매도하며 연초 이후 순매도 종목 상위 5위에 올랐다.
개인은 지난해 LG화학 주가 상승 배터리 사업이 빠져나간다는 점과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을 자회사로 두더라도 ‘모회사 디스카운트’(할인)가 발생해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점 등을 들어 분사에 반대하며 주식을 팔았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경쟁사를 보면 중국 CATL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고 이것을 쓰는 전기차 기업들, 테슬라나 중국의 니오 등의 주가가 좋다”며 “(LG화학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는 전방 기업들, 비교 기업(피어 그룹)에 비했을 때 굉장히 싸다. 외국인이 키 높이를 맞추기 위해 계속 매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분할 논란에 대해서는 “지주회사와 조금 다른 게 (배터리) 소재나 재활용 등을 본사에서 진행하는 등 사업 공동체적인 성격이 있어서 디스카운트가 일반 지주사와는 달라야 한다”며 “배터리 (사업) 가치를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여전히 주주 가치 훼손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은정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분할 등 기업구조 개편의 효과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IPO 성공을 위해 적정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모가격이 결정된다”며 “LG에너지솔루션을 IPO 하는 경우 LG화학의 기존 주주들은 IPO에 따른 희석화로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원하는 기존 LG화학 주주들은 다른 투자자와 동일한 자격으로 공모주 청약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배정받아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IPO 시장에서는 기존 주주들이 배정받을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낮다는 설명이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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