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 다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27일 관계 부처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중국과 미국으로 수출한 물량의 비중은 전년보다 1.7%포인트 증가한 40.3%로 집계됐다. 양국 수출 비중이 40%를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지난 1970년 이후 처음이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과 미국이 각각 전년보다 0.7%포인트, 1%포인트 늘어난 25.1%, 14.5%를 기록했다.
미중 수출 비중이 커진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체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양국으로의 수출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추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수출은 전년보다 5.4% 감소했으나 대미 수출은 되레 1.1% 증가했다. 미국 내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 센터 확충에 따른 반도체 수출이 25.3% 늘었고 자동차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가 늘면서 예년 수준(0.1%)을 유지한 덕분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1분기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분기별 성장률이 연말로 갈수록 가파르게 상승한 덕분에 수출 감소 폭이 2.7%에 그쳤다.
반면 신남방 전략으로 공을 들였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으로의 수출은 전년보다 6.3% 줄어 전체 수출 감소 폭을 넘어섰다. 석유화학제품 부진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안팎으로 추락하면서 석유제품 가격도 동반 하락해 수출 감소 폭은 48.5%에 달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저유가 기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신남방 국가로의 수출이 조기에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경쟁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선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양국에 대한 높은 수출의존도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당장 수익이 나는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수익이 불투명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비현실적”이라며 “수출 다변화를 시도해 국제 정세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지만 정부가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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