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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보고싶은 것만 보는…당신도 '거품'에 갇혀있다

■리얼리티 버블

지야 통 지음, 코쿤북스 펴냄





‘우리는 우리가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지 못한다.(15페이지)’

그렇다. 이것이 인간의 맹점이다. 개구리가 우물 안에 갇혀 있었다면, 이를 조롱하던 인간은 거대한 거품에 둘러싸여 있다. 존재를 휘감은 물리적·심리적 장벽은 현실을 특정 모양으로 재단하고, 이 틀에 갇혀 세상을 접하는 이들은 그 세상이 전부인 양 살아간다. 신간 ‘리얼리티 버블’은 현실(리얼리티)을 뒤덮은 이런 거품(버블)에 대한 이야기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일상에서 우리의 생각을 형성하는 심리적 거품을 ‘현실 거품’이라고 칭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보기 싫은 것은 무시하고 거품 속에서 평온한 현실을 즐긴다는 것이다. 달갑지 않은 사실과 낯선 생각이 현실 거품을 뚫고 들어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거품은 언제든 깨지고, 터지고, 사라질 존재다. 부동산 거품이든, 증시 거품이든, 정치적 거품이든 거품 속에 있다는 것은 그 안의 존재가 현실을 왜곡되게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은 인간이 애써 나오고 싶지 않아 하던 거품에 과감하게 손을 댄다.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인간의 눈을 가려왔던 맹점, 그 거품을 하나하나 터뜨리는 작업이다. 예컨대, 우리는 다른 동물보다 인간이란 종이 우월하고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믿는다. 그렇다. 인간과 동물은 다르다. 바다표범과 돌고래는 인간의 수신호를 이해하고, 개와 코끼리는 인간의 말소리를 이해한다. 오랑우탄은 심지어 아이패드도 사용해 우리와 소통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은 어떤가. 인간은 다른 동물들의 언어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나.

3부로 구성된 책은 인간의 맹점 10가지를 구체적인 예와 함께 제시한다. 1부에서는 ‘인간으로서 타고난 생물학적 맹점’을 소개하고 2부에서는 식량, 에너지, 쓰레기 문제를 중심으로 사회적 맹점을 꼬집는다. 책 분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3부는 ‘세대로 전승된 맹점’이다. 지금껏 열거된 문제가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이 그 거품에 계속 머물도록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시간과 공간, 자본주의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날 때부터 이 시스템 안에 속했던 우리는 자연스레 인위적 박동에 내몰리며 삶의 속도를 끌어 올렸고, 공간을 구분 지으며 영토 분쟁, 우주 개발 경쟁, 토지 불균형의 세상을 지켜봤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 전체를 소유한다’는 그릇된 믿음을 창조해 내 우리를 실재하는 세계로부터 분리시킨 주범으로 이 시스템을 꼽고 인류 스스로 시스템을 깨뜨려 새로운 현실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만 7,600원.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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