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출자자(LP) 세컨더리 연간 거래 규모는 지난 2018년 기준 750억 달러(약 83조 원)에 달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의 연간 거래 규모는 1,000억 원에 불과합니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2~5%라는 점을 감안하면 LP 세컨더리는 지금보다 10배 이상 커질 수 있습니다.”
김준민(사진) 메타인베스트먼트 대표는 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본시장의 선순환을 위해서 개척해야 하는 시장이며 성장할 수밖에 없는 분야”라면서 “LP 세컨더리 방식은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처럼 ‘펀드런’이 발생했을 때 우량 회사에 대한 회수금을 조기에 돌려줄 수 있는 해법이 될 수도 있다”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관련 전문 투자사를 설립한 배경을 밝혔다.
LP 세컨더리란 LP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의 투자다. 일반적인 벤처캐피털(VC)들은 스타트업이 투자금 유치를 위해 발행하는 신주 인수(프라이머리 투자)에 주로 나선다. 세컨더리 지분 거래가 활성화돼야 회수 시장이 다변화될 수 있다는 당위론은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기업공개(IPO)가 투자 회수(엑시트)의 주요 창구인 국내에서 LP 세컨더리 시장은 여전히 미개척 분야다.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창업 이후 IPO까지 걸리는 시간은 13년이 넘지만 벤처 펀드의 존속 기간은 7~8년 정도에 그친다. 투자한 회사의 잠재력이 우수하더라도 펀드 운용사(GP)와 LP 모두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는 “LP 세컨더리는 벤처 펀드와 회수 사이의 만기 부조화(미스매치)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투자 방식”이라며 “우량한 회사지만 엑시트 단계로 가기에는 아직 무르익지 않은 기업들을 ‘새 부대’에 담으면 다양한 LP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고 IPO나 인수합병(M&A)을 서두르지 않아도 돼 스타트업과 GP·LP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LP 세컨더리 전문가로 꼽힌다. 케이투인베스트먼트에서 2014년 국내 첫 LP 세컨더리 펀드를 830억 원 규모로 조성했으며 지금껏 설정된 해당 분야 전문 펀드 7개 펀드 중 3개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특히 지난해 말 성사된 국내 최초의 ‘테일엔드(Tail-end)’ 투자는 국내 VC 업계에 의미가 남다르다. 전에 없던 중간 회수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테일엔드는 만기가 임박한 벤처 펀드의 잔여 자산을 통째로 매입하는 방식이다. 메타인베는 초기 전문 투자사인 캡스톤파트너스의 ‘3호벤처투자조합’의 잔여 포트폴리오 52개를 매입해 새 펀드에 담았다. 기존 펀드에는 직방·센드버드·왓챠·마이리얼트립 등 예비 유니콘 기업들이 많았지만 만기가 이미 도래한 상태였다. ‘펀드 통매입’이 없었다면 기존 운용사가 고유 자금으로 투자사의 잔여 지분을 모두 떠안거나 제3자에게 지분을 쪼개 팔아 현금을 LP들에게 나눠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펀드에는 한국성장금융이 주요 LP로 참여했으며 사후 관리를 수월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캡스톤이 공동 운용사(Co-Gp)로 참여했다.
메타인베는 케이클라비스와 함께 조성한 860억 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신규 펀드를 하나 더 선보일 계획이다. 설립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투자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빠른 성장세다. 메타인베는 한국성장금융과 농협중앙회 출신 등 LP 투자에 이해도가 높은 인사를 영입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그는 “내년에 벤처 펀드 중 만기가 도래했는데도 청산을 하지 못하는 펀드의 규모가 5,000억 원에 달한다”며 “LP 세컨더리 거래가 다양한 투자 수요를 유인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기정 기자 aboutkj@sedaily.com,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