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에서 전기차 관련주에 대한 추측만으로 주가가 폭등하는 이상 과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이 1990년대 말 '닷컴버블'과 유사하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인 처칠캐피털Ⅳ(CCIV) 주가는 10달러를 살짝 웃돌다 지난 1월11일 전기차 스타트업인 루시드모터스와 합병을 논의 중이라는 블룸버그통신 보도가 나오자마자 15달러로 50% 급등했다.
아직도 합병이 확정됐다는 소식은 없지만, 이 회사 주가는 전날 32달러를 돌파해 3주를 조금 넘는 기간만에 220% 이상 상승하는 놀라운 증가세를 보였다.
앞서 지난해 12월 CCIV가 디지털 위성방송 업체인 디렉TV에 합병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와는 전혀 다른 시장 반응이다. 당시 CCIV 주가는 고작 0.6% 오르는 데 그쳤다.
사실 스팩은 비상장 기업의 우회 상장 경로로 활용되는 일종의 껍데기 회사에 불과하지만, 전기차라는 요즘 증시의 최대 핫이슈를 업고 비정상적인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마침 루시드모터스가 테슬라의 대항마를 자처하는 유망 전기차 회사라는 점이 최근 테슬라 주가 폭등 현상을 겪은 투자자들을 더욱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합병이 확정되기도 전에 합병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스팩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WSJ이 지적했다.
스팩인사이더닷컴에 따르면 220% 이상 급등한 CCIV는 합병 발표 전 역대 가장 많이 오른 사례가 됐다.
만약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이후 비용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스팩 주가가 이렇게 점프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신문은 전했다.
CCIV와 루시드모터스 사이의 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아직 합병 계약이 임박한 단계는 아니라고 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최초 보도 이후 투자자들은 레딧, 트위터, 스톡트위츠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러 추측을 내놓으며 양사 합병이 가능하다는 근거를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일례로 루시드모터스의 본사와 공장, CCIV 본사가 있는 새너제이-피닉스-뉴욕 노선을 경유하는 한 개인전용기 일정을 본 일부 투자자들은 합병 계약과 관련한 양사 임원들을 태운 비행기가 아니냐는 추측을 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 네티즌은 직접 공항에 가서 비행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작년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 1.2%에 불과했던 테슬라 시가총액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의 합산 시총의 7배에 달하고, 아직 한 대의 전기차도 출시하지 못했거나 매출을 올리지 못한 나머지 회사들의 시총도 40억달러를 넘을 정도로 미국의 전기차 열풍이 뜨겁다.
이를 두고 WSJ은 매출이 거의 없는 회사 주식이 급등하는 일이 잦았던 2000년 닷컴버블과 유사하다며 전기차와 스팩에 열광하는 투자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닷컴버블 당시 기술기업들의 기업공개(IPO)를 담당했던 전직 투자은행가 데이비드 에릭슨 펜실베이니아대 선임연구원은 "매우 거품이 낀 시장"이라며 "스팩과 전기차에 열광하는 현상은 나쁘게 끝날 것이며 단지 언제, 어떻게 끝나느냐의 문제"라고 전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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