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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보름달…정월대보름에 ‘김치’ 먹으면 될까? 안될까?

한 해 건강 빌며 먹는 오곡밥…건강 생각한다면 매일 먹어야

피부에 좋은 불포화지방산 풍부한 견과류…부럼할 때 ‘이’ 손상 주의

매년 음력 1월 15일 그해 첫 번째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이다. 라이프점프는 정월대보름에 대해 인터뷰형식으로 알아봤다./이미지=최정문




“내 더위 사가라” 혹은 “내 부스럼 사가라”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면 그대는 어쩌면 왕년에 부럼 좀 깨물어봤을 수도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이맘때면 아침에 눈 뜨자마자 엄마가 입에 넣어준 땅콩을 어금니로 깨물어 마당에 던지며 “내 더위 사가라”를 철이 들 때까지 했었다. 여기서 중요한 규칙이 있다. 일어나 맨 처음 한 말이 “내 더위 사가라”여야지만 그 효능이 있다는 것. 그럼 그렇게 해서 그해 더위를 타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독감예방접종했다고 독감에 걸리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어쨌든 그 시절 부럼을 깨물어본 감성을 지녔다면 그 추억을 안고 정월대보름을 맞아 오곡밥을 하고 나물을 무칠 것이다. 부지런히 차린 그 음식을 가족들과 함께 나눠 먹을 때, 가족 중 누군가 그대에게 정월대보름에 왜 이런 의식을 치러야 하는지 물어볼지도 모른다. 그때 진땀 흘릴 그대를 위해 준비했다. 이른바 정월대보름 가상 인터뷰. 정월대보름에 대한 이모저모를 인터뷰형식으로 풀어봤다.

◆오곡밥 그해 무사태평 빌기 위해 먹어…칼륨?비타민 등 영양소도 풍부

- ‘정월대보름’님, 반갑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반갑다. 정월대보름이다. 한해 첫 번째 보름달이 뜨는 날이라 정월대보름이라 부른다.”

- 그래서 매년 음력 1월 15일이 정월대보름인건가.

“맞다. 한 해 첫 번째 보름달을 보며 마을의 수호신에게 재앙을 막아주고 농사가 잘 hel게 해달라고 빌던 풍속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설날이나 추석처럼 중요한 명절이었는데, 요즘에는 그 의미가 사라지는 거 같아 많이 아쉽다.”

- 명절이 아닌데 그 풍습이 남아있는 날이 많지 않은데, 정월대보름은 전통 풍속이 남아 있지 않은가.

“그 점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만, 점점 부럼을 깨물고, 오곡밥을 먹는 풍습이 사라지는 거 같아 아쉽다. 지금 3040세대들은 어렴풋이나마 그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데, 10대들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 안그래도 인터넷 검색창에 검색해보니 10대들이 정월대보름에 왜 오곡밥을 먹어야 하는 지 궁금해 하더라.

“오곡밥은 찹쌀, 팥, 수수, 검은콩, 차조 등 다섯 가지 잡곡을 넣어 지은 밥이다. 오곡밥에 들어가는 잡곡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전에는 그해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기 위해 오곡밥을 먹었다. 여기에는 일 년의 무사태평을 빌며 액운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뜻도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정월대보름 하루 동안 오곡밥을 아홉 번 먹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 하루 세 끼를 먹는데, 정월대보름날엔 오곡밥을 아홉 번 먹어야 한다는 건가.

“꼭 아홉 번 먹으라는 것은 아니고, 하루 동안 아홉 번 먹어야 그해 부지런하게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하루에 아홉 번은 못 먹어도, 오곡밥이 건강에 좋으니 이젠 평소에 먹는 습관을 들여도 좋겠다.”

- 오곡밥은 딱 봐도 영양이 풍부해보인다.

“그렇다. 우선 콩은 비타민과 철분뿐 아니라 이소플라본이라는 단백질이 풍부하다.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크로겐과 비슷한 구조로 돼 있어 우울증이나 갱년기 증상 등을 완화시켜 준다. 다음으로 칼륨이 풍부한 팥은 노폐물 배출 효과가 탁월하다. 붓기도 빼준다. 수수는 프로안토시아니딘이 많아 방광의 면역기능을 높여준다. 멥쌀보다 소화가 잘되는 찹쌀은 소화기관이 약한 분들이 먹으면 좋다.”

정월대보름에는 다섯 가지 잡곡이 들어간 밥을 지어 먹는다. 영양이 풍부한 오곡밥은 평소에도 먹어주는 게 건강에 좋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딱딱한 견과류로 부럼 할 때 이 손상 주의…임플란트했다면 그냥 까먹어요

- 오곡밥을 맛있게 짓는 팁이 있나.

“우선 찹쌀은 1시간, 검은콩은 3~4시간 정도 물에 불려야 한다. 찹쌀과 멥쌀을 섞어서 할 경우도 있는데, 찹쌀로만 밥을 할 경우 멥쌀로 할 때보다 밥물을 적게 해야 밥이 맛있게 된다. 밥의 양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소금과 설탕도 계량스푼으로 각각 2작은술 정도 넣자.”



- 오곡밥과 같이 먹으면 좋은 나물도 있지 않나.

“오곡밥과 마찬가지로 정월대보름에 해먹는 나물은 지역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 보통 9~10가지 나물을 준비하는데, 취나물, 고추나물, 시래기, 무청, 호박잎, 말린 호박 나물 등이 그것이다. 이 나물들은 대부분 전년도 봄이나 가을에 거둬 말려둔 나물로, 묵은 나물을 먹으면 그해 여름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게 대보름날의 풍습이다.”

- 정월대보름 아침에 일어나 부럼을 깨무는 이유도 액운을 없애기 위함인가.

“그렇다. 동국세시기에는 “날밤, 호두, 은행, 잣, 무를 깨물면서 일 년 동안 아무 탈 없이 평안하고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빌며 이를 튼튼히 하려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구절이 있다. 부스럼은 종기 등 피부질환인데,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견과류를 부럼으로 써 피부에 좋은 영양을 섭취하기 위함도 있다.

부럼은 보통 한 번이 아니라 두세번정도 하는데, 첫 번째 깨문 부럼은 “내 부스럼 사가라”는 말과 함께 마당이나 지붕에 던지고, 두 번째 깨문 것은 먹는다.”

- 정월대보름 아침에 부럼을 깨물며 ”내 더위 사가라“고 외쳤던 기억이 난다.

“기억력이 좋다. 정월대보름 아침에 하는 ‘더위팔기’놀이다. 제대로 된 놀이 방법은 마주친 사람의 이름을 부른 후, 그 사람이 대답하면 “내 더위 사가라”를 외친다. 이름이 불린 사람이 더위를 사고 싶지 않아서 “내 더위 맞더위”라고 소리치면 더위를 팔려는 사람은 오히려 더위를 더 많이 먹고, 더위를 잘 팔면 그해는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풍습이다. 예전에는 친구들끼리 장난치며 많이 했던 놀이다.”

- 부럼을 깨물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 듯한데.

“요즘에는 땅콩이 유기농인지를 따지기도 하더라(웃음). 딱딱한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물 때 자칫 이에 금이 가거나 부러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임플란트를 한 경우 연결 나사가 변형되는 등 보철치아가 파손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딱딱한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물 때 이에 금이가거나 부러지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정월대보름 놀이 체험해보고 싶다면 ‘한국민속촌’으로

- 이날만큼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 있더라.

“꽤 많다. 8가지 정도 되는데, 농경사회였던 당시 문화를 반영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선 찬물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이날 찬물을 마시면 그해 더위를 많이 타고 일할 때 비가 많이 온다는 속설이 있다. 두 번째는 밥을 비벼 먹지 않는다. 밥을 비벼 먹으면 논밭에 잡초가 무성해진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는 칼질하지 않으며, 네 번째는 맨발로 걷지 않아야 한다. 이날 맨발로 걸으면 발이 트고 무좀이 생기거나, 농사철 일을 하다 발이 짐승에게 물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섯 번째는 마당을 쓸지 않았다. 특히 오전에 마당을 쓸면 그해 복이 달아난다고 믿었다. 여섯 번째는 머리를 빗지 않았다. 빗질하면 밭농사를 망치고 집안에 뱀이 들긇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는 키가 작은 사람이나 어린이들은 남의 집에 가지 않았다. 키가 작은 사람과 농작물을 동일시해, 농작물이 크게 자라지 않을 것을 우려해 했던 행동이다. 반대로 키가 큰 사람은 일부러 집에 초대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치를 먹지 않았다. 김치를 먹으면 온몸에 피부병이 온다고 여겼으며, 백김치는 머리가 하얘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날만큼은 나물을 무칠 때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는다.”

- 정월대보름에 해서는 안될 행동이 있다 보니 우스갯소리로 이날 이사를 해도 되는지 묻기도 하더라.

“크게 상관없다. 본인 판단하에 이날이 손 없는 날이라면 이사를 해도 된다.”

- 정월대보름에 하는 놀이도 많던데.

“대표적인 게 ‘달맞이놀이’가 있다. 말 그대로 초저녁에 보름달을 보며 그해 소원을 비는 거다. ‘다리밟기’도 있는데, 다리가 튼튼해지라는 의미로 사람의 다리를 밟아주는 거다. 예전에는 정월대보름 밤에 다리를 밟으면 다리병을 앓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다. 이밖에 쥐불놀이, 줄다리기, 액막이 연 등이 있다.

- 정월대보름에 축제도 많이 하나.

”지역마다 달맞이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민속촌에서 설날과 정월대보름을 맞아 오는 3월 1일까지 행사를 한다. 달집태우기와 지신밟기, 부럼 깨기 등 해볼 수 있어 정월대보름 놀이를 체험하기 좋을 듯하다.

/정혜선 기자 doer0125@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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