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그룹 내 모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안에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개편의 시한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년부터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정의선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29.9%) 가운데 10%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오너 일가 지분 30%(비상장사는 20%) 이상에서 20% 이상인 계열사로 확대된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정 회장 일가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29.9%에서 20% 밑으로 내리는 과정에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도 동시에 단행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를 비롯한 4개 순환출자 구조로 짜여 있다. 국내 10대 대기업 집단 가운데 순환출자를 깨지 못한 곳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정 회장이 경영권을 온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 공격에 취약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배권의 근간이 되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 등에 대한 지분을 충분히 보유해야 한다. 특히 관심은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취득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지난해 말 현대모비스가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 부문을 인수하고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오트론의 나머지 사업(전장 소프트웨어)과 현대엠엔소프트(내비게이션)를 인수한 것도 지배구조 개편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정 회장이 9.57%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오토에버를 키워 지배구조 개편의 자금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지난 2018년 3월 발표했던 지배구조 개편안을 일부 수정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하고 현대글로비스에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자 시도했다. 현대모비스에 핵심 사업만을 남긴 뒤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이 지분 거래를 통해 4개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작업이다. 다만 이 방안은 엘리엇을 비롯한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만큼 주주들의 지지를 받는 수정된 안을 내놓거나 아예 시장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