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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조동성 “진정한 리더는 최고몽상가(CDO)…기존 산업 ‘와해’시켜야 新산업 등장”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삼성·현대차·SK·LG, 기존 틀을 깨뜨리고 큰 변화를

일론 머스크·제프 베이조스 처럼 발상을 전환해야

창업 안전망 조성하되 인위적 자금 지원은 금물

시진핑, 바이든의 중국 견제에 지구전 대응할 것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이 2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진정한 리더는 최고몽상가(CDO)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욱 기자




“기업의 진정한 리더는 최고몽상가(Chief Dreaming Officer·CDO)가 돼야 합니다.”

조동성(72·사진) 산업정책연구원(IPS) 이사장은 22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삼성·현대차·SK·LG 등이 기존 산업을 와해시키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정부도 신산업을 자신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 기업이 만들어낸다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정부가 미국·중국과 달리 자금 지원 위주로 접근해 의존형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성장 기업과 쇠퇴 기업은 그대로 놔두되 한계 기업에 대해서만 생존력을 갖추도록 제한적이고 세심한 조정 정책을 펴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중 패권 전쟁에 대해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상으로 중국을 철저하게 견제할 것”이라며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서는 지구전을 펼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산업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국과 중국의 대기업 리더들은 혁신보다 와해라는 단어를 더 선호한다. 혁신이 기존 산업 내에서 기업이 일으키는 작은 변화라면 와해는 기업이 기존 산업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큰 변화다. 구글·애플·아마존이 각각 시가총액 1조~2조 달러 수준의 규모로 커졌다. 10여년 전까지 제너럴일렉트릭·월마트·엑슨모빌이 최고였다. 우리나라도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나와야 하는데 현재 구조와 문화로는 어렵다. 삼성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들을 뛰어넘으려면 가전·반도체라는 기존 산업에서 뛰쳐나와야 한다. 현대차도 기존 자동차 산업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존 산업에서 혁신 전략을 짜서는 안 되고 산업을 재정의하면서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산업을 만들어내야 한다.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와 우리 기업인들이 비교되는데.

△머스크는 테슬라를 통해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전기차 사업을 벌여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과 전혀 다른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냈다. 앞으로 세계적으로 1억 대 규모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면 장착된 정보 전달 장치를 이용해 온갖 데이터를 수집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설립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사업을 통해 지구 저궤도에 순차적으로 소형 인공위성 1만 2,000개를 쏘아 올려 지구촌에 인터넷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 하늘과 땅을 망라한 정보 연결 산업을 독점하는 기업이 되려는 것이다.

-산업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인데.

△발상이 유연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이런 정도의 발상을 할 수 있어야 혁신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이는 기존 틀 안에서의 전략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와 테슬라의 머스크가 거침없이 우주 사업까지 펴면서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 아닌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미래로 나아가는 머스크의 꿈에 주목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지구촌 문제에 눈을 돌려 78억의 인류를 각종 감염병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백신 개발에 공력을 쏟고 있다. 기업의 진정한 리더를 최고경영자(CEO)라고 부르는 대신 최고몽상가(CDO)라고 불러야 한다. 삼성·현대·SK·LG 등이 지난 20년간 세계로 진출해 크게 성공한 것처럼 이제는 전통적인 산업의 틀에서 벗어나 전략을 세워야 한다. 기존 산업을 와해시키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창업 생태계를 분석한다면.

△창업 생태계는 그냥 놔둬야 한다. 미국·중국에서는 정부가 돈을 주는 게 아니라 각자 차고에서 창업한다. 아르바이트해서 창업한다. 반면 우리는 정부가 스타트업에 각각 수천만~1억 원씩 준다. 정부 의존형 창업이다. 이러니 수수료를 받는 창업 컨설팅 회사까지 나온다. 관료들이 몇 개 창업이라는 식으로 실적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미국·중국에서는 돈이 부족해 동업한다. 우리보다 훨씬 건전한 창업 생태계다. 중국 텐센트의 경우 10여 년간 35개 도시에서 각각 40명씩의 젊은이들에게 창업을 가르쳤다. 투자는 안 하고 그저 도와주기만 한다. 그렇게 창업한 스타트업의 시총이 이제는 텐센트보다 커졌고, 텐센트는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가 됐다.



-창업 환경을 잘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그렇다. 기업들이 창조 역량을 갖고 맘껏 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실패하면 안전망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신용 불량자가 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은행이든 대기업이든 스스로 젊은이들을 모아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너무 나서면 기업의 창조적 발상과 전략적 선택을 가로막을 수 있다.

-규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 부처들은 이권과 연결되는 개발도상국형 규제는 숨기고 잘 내놓지 않는데 이런 것을 없애야 한다. 반면 새 틀을 짜는 규제는 필요하다. 특히 선진국형 규제, 즉 건강·보건·안전·환경 규제는 갈수록 많아지는데 이것을 규제라고 하면 안 된다. 김대중 정부 때 규제혁파심의위원으로 참여했는데 1만 3,500개의 규제를 6,500개로 줄였다. 문제는 후진국형 규제보다 선진국형 규제를 더 많이 줄였다는 점이다.

-시야를 넓혀 미중 패권 전쟁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국내총생산(GDP) 면에서 중국은 오는 2030년쯤 미국을 뛰어넘게 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까지 따지면 이미 중국이 추월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에서는 지하경제가 대부분 파악되는데 중국에서는 안 잡히는 게 많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2018년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중을 20%가량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은 보통 5%, 일본은 10%가량인데 현지 전문가에게 들어보니 중국은 30%대라고 하더라. 중국이 환율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는데 환율을 10%만 높여도 GDP는 그만큼 더 커지게 된다. 에너지 사용량도 2009년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었다. 물론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 시대이니까 GDP로만 따질 문제는 아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대중 정책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중국의 사상가 순자가 왕도와 패도를 얘기했는데, 바이든은 예측 가능하고 상식적이지만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하고 비상식적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동전의 양면처럼 다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바이든은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철저하게 임할 것이다. 북미 관계가 상당 기간 소강 상태로 갈 가능성이 크고 극적 반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바이든은 중국에 대해 트럼프 이상으로 체계적으로 철저하게 견제할 것이다.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합법적인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계속 부딪칠까, 아니면 중국이 좀 자세를 낮출까.

△중국이 미국과 계속 부딪칠 것이냐, 아니면 덩샤오핑 때처럼 자세를 낮추고 실속을 차릴 것이냐의 기로에 있다. 계속 부딪친다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갈 수도 있다.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라 절대 전쟁을 안 했지만 바이든은 사업가가 아니므로 힘을 쓸 때는 쓴다. 전쟁 위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시진핑 입장에서는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더 상대하기 어려운 존재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에 양보하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시진핑의 리더십 스타일을 볼 때 결국 지구전으로 갈 것이다.

-중국통으로서 중국의 경제와 산업 정책을 평가한다면.

△중국은 긴 호흡으로 해석해야 한다. 중국을 1·2년 단위가 아니라 최소한 30~40년 이상의 단위로 바라봐야 한다. 중국은 1949년 마오쩌둥의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뒤 대약진운동·문화대혁명 시기를 1기, 1978년 이후 덩샤오핑 주도의 실사구시 정책이 펼쳐진 개혁 개방 시기를 2기, 2013년부터 시진핑이 내세운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는 시기를 3기라고 볼 수 있다.

-대학이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데 국내와 해외 대학을 비교한다면.

△미국 대학은 총장이 인사권과 예산권을 가지고 장기간에 걸쳐 철학에 맞춰 전략을 실행한다. 유럽은 대학이 국공립대 위주이지만 규제가 별로 없다. 반면 한국은 다수 대학에서 교수 등 구성원이 총장을 뽑는 등 굉장히 민주화된 나라인데도 대학은 학생 선발, 등록금 책정, 학과 신설 분야 등에서 교육부의 촘촘한 규제를 받아 무기력하다. 그럼에도 인천대 총장을 지내는 동안 혁신을 꽤 시도했다. 그 결과 혁신의 상책은 시작·과정·결과를 투명하게 하고 현장을 중심으로 임하며 돈을 버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단기적으로는 여러 굴절을 겪겠지만 우리나라는 건강한 철학과 성장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다. 배움에 대해 집단 최면에 걸려 있다고 할 정도로 학습 마니아들이어서 한국의 장래를 밝게 본다. 김구 선생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방탄소년단(BTS) 등 우리 문화의 파워가 얼마나 세졌는가.

he is…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걸프오일 회사를 거쳐 36년간 서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제지역원장과 경영대학장도 역임했다. 그 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미국형 경영대학인 창장상쉐위안(長江商學院) 전략 전공 교수를 지내고 2016년부터 4년 동안 국립인천대 총장으로서 혁신을 이끌었다. 현재 산업정책연구원(IPS) 이사장으로서 세계 65개국의 국가 경쟁력과 국가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는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방송통신대 3학년으로 편입해 중어중문학을 공부하고 있고 주말에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의 인공지능(AI) 전략 경영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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