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글로벌 경제협력 체계 재편, 디지털 전환, 저출산·고령화 등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새로운 역할을 요구합니다.”
최정표 KDI 원장은 10일 오후 열린 KDI 개원 50주년 기념식에서 “‘모든 사회구성원이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의 질 구현’을 목표로 역동적인 경제 운영과 포용적 사회 구성을 위한 해법 제시에 매진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KDI는 새로운 미래 비전으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플랫폼’을 선포하며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포용 및 지속가능 발전에 관한 중장기 전략 연구 ▲정책연구 생태계의 기관·전문가와 함께하는 정책플랫폼 역할 수행 ▲국가적 난제 해결 경험 공유를 통한 글로벌 이슈 선점 및 선도를 세부 비전으로 제시했다. KDI는 이같은 비전 달성을 위해 일의 혁신, 조직·거버넌스의 혁신, 사람의 혁신 등의 전략과제를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 1971년 3월 개원한 KDI는 지난해 말까지 발간물이 1만6,929건에 달한다. 첫 연구보고서로 부실기업 정리 필요성을 강조한 ‘기업정리에 대한 의견’을 작성하며 국내외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국민연금 제도 도입 연구(1972년) ▲중화학공업 장기 육성계획 지원(1973년) ▲경제안정화 대책 방향 제시(1979년) ▲수입자유화와 산업지원제도 개편방안 연구(1982년) ▲금리자유화의 단계적 추진계획 제시(1991)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종합대책방안 연구(1998년) ▲IMF 이후 분배구조 및 빈곤의 변화와 외국의 정책방향(2000년) ▲고령화에 대비한 경제정책방향에 관한 연구(2004년) ▲G20 국제개발 의제 설정과 지식 공유(2010년)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 구축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2011년)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규제개혁(2018년) 등의 굵직한 연구 보고서를 꾸준히 내놓았다. 지난 1979년 3월 첫 발간돼 석달 간격으로 꾸준히 발행 중인 ‘한국개발연구’는 지금까지 총 144편이 발행됐으며 1990년 12월 첫 발행된 ‘월간 나라경제(361편)와 1991년 6월 첫 발행된 ’월간 경제동향(342편)‘은 누적 발행편수 400편을 앞두고 있다.
KDI의 연구역량은 글로벌 싱크탱크 중 톱(TOP) 20위 안에 든다. 미국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TTCSP)’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1만1,175개 연구기관 중 KDI는 16위에 랭크됐으며 아시아주요국가 싱크탱크 부문에서는 6년연속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세계은행(WB) 등 국내외 주요기관과 총 172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KDI 국제정책대학원 동문만 138개국의 5,986명에 이른다.
KDI의 연구키워드는 시대별 한국경제의 주요 화두와 맞닿아 있다. 1970년대 키워드는 ‘산업-거시-노동’순이었다. 1970년대는 중화학 공업 중심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한창이었던 한국의 고도성장기다. 이른바 ‘3저호황’ 등으로 가파른 경제성장이 이어진 반면 ‘분배’ 요구가 확산된 1980년대 연구키워드는 ‘산업-법경제-국제경제’였다. 금융실명제와 외환위기 등의 화두였던 1990년대는 ‘금융-산업-재정’이었으며 무분별한 카드 남발로 가계부채 급증을 낳은 ‘카드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화두였던 2000년대는 ‘금융-법경제-거시’가 주요 연구 키워드였다. 경제민주화와 공정경제, 글로벌 무역분쟁 등이 주된 이슈였된 2010년대의 연구 키워드는 ‘법경제-금융-거시’순이었다.
KDI 설립 초기 고문 등으로 활동했던 데이비드 콜 전(前) 미국 하버드국제개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 KDI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정책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며 “앞으로도 KDI가 역동적이고 모범적인 국가인 한국의 미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축사를 통해 “과거 50년간 KDI가 ‘번영’을 향한 경제 설계의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포용’을 향한 경제설계를 위해 매진해주기 바란다”고 밝혔으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KDI가 지난 50년간 한국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듯이 다시 한 번 집단지성을 모아 우리 경제·사회 혁신의 구심점 역할을 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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