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로 인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이 부동산 정책의 방향키를 급선회하고 있다. 선거 초반 앞다퉈 내놓던 주택 공급 공약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그 대신 후보자들은 투기 방지대책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출마 공론화 당시 30년 이상 된 낡은 공공임대주택을 재개발해 평당 1,000만원의 '반값 아파트'로 분양한다는 공급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 후보는 2월초 라디오 인터뷰에서 "5년 안에 공공분양주택 30만 호를 건설하게 되면 서울에 주택난은 해결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일자, 박 후보는 'LH 특검론'을 대신 꺼내 들었다. 지난 14일에는 3기 신도시 개발예정지역 및 대규모 택지개발예정지역 내 토지소유자 전수조사를 제안했다. 서울시 관련 자체 공약으로는 "취임 즉시 서울시와 산하 공공기관 전 직원의 부동산 보유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박영선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는 열린민주당 김진애 서울시장 후보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0년 동안의 주요 개발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투기 조사, LH 해체 등을 촉구했다.
야권 주자들 역시 초반에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강조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민간분양과 공공 물량을 통틀어 서울에 신규주택 36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국철·전철을 지하화하고 공공기관 이전 부지 등을 활용해 5년간 주택 74만6,000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부동산 정책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LH사태로 선거 판세가 야권에 유리하게 흘러가자, 후보들은 '검찰 수사론'에 힘을 싣고 있다. 오 후보는 LH 사태와 관련해 '검경 합동수사본부' 발족을 제안했고, 안 후보는 국회의원 전수조사와 검찰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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