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결혼생활이란 무엇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다. 생활 패턴, 식성, 취향, 습관과 버릇, 더위와 추위에 대한 민감한 정도, 여행 방식, 하물며 성적 기호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렇게 나와 다를 수 있지?’를 발견하는 나날이었다. 나중에 이 질문은 점차 ‘이토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어째서 이렇게 오래 같이 살 수가 있지?’로 변해갔지만. (…) 결혼생활을 가급적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해 나는 서로의 ‘안 맞음’을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초연해하며, 그것이 일으킬 갈등의 가능성을 피하려는 훈련을 본능적으로 하게 되었다. 이 점에서 결혼생활은 일종의 인격 수양이라 할 수가 있겠다. (임경선, ‘평범한 결혼생활’, 2021년 토스트 펴냄)
부부가 파경을 맞을 때, 부동의 이혼사유 1위는 ‘성격 차이’다. 임경선 작가는 결혼 20주년을 맞아 자신의 실제 결혼생활과 남편에 대한 적나라한 책을 썼다. 이 책에서 그는 누군가에겐 절대적인 이혼 사유인 ‘성격 차이’를 매일 새롭게 발견하면서도 계속 굴러가고 유지되는 결혼생활에 대해 말한다. 책 속의 부부는 때론 폭소가 터지고, 또 가끔은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한숨이 나올 만큼 ‘안 맞는다’. 그러나 이 부부는 알고 있는 듯하다. 본질적으로 ‘성격 차이’ 없는 인간이 존재할 수 있을까? 관계란, 삶이란, 결혼이란, 절대 겹쳐지지 않고 우주만큼 거대한 차이가 있는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과 ‘이상함’을 매일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걸 뜯어고치겠다고 이 악물지 않고, 그냥 곁에 둔 채 웃고 울면서 살아가는 일이다. 작가는 이를 두고 ‘인격 수양’이라며 짐짓 농을 던지지만, 이 ‘안 맞는’ 부부의 우직한 결혼생활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동행하는 일에 대해 울림을 준다.
내 주변에도 성격 안 맞는 사람이 천지다. 그럼에도 바라본다. 살아간다. 나도 누군가에겐 거참 성격 안 맞는 1인일 테니까.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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