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차량 호출 업체인 미국 우버가 영국에서 운전사를 개인사업자가 아닌 노동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7만 명에 달하는 운전사들이 최저임금·유급휴가·연금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우버가 자사 운전사를 노동자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영국 대법원이 지난달 우버 운전사들을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우버가 운전사들에게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므로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간주했다. 영국이 전 세계 전체 차량 호출 예약의 6.4%(2020년 4분기 기준)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우버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저임금 적용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우버는 운전사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호출에 응한 시점부터 최저임금을 줄 것이라고 한 반면 노동계에서는 앱에 접속하며 일을 준비한 시간부터 최저임금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우버가 영국 운전사들에게 더 많은 보수와 혜택을 주는 것은 맞지만 육아휴가나 해고수당 등 피고용자로서 완전한 보호를 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운전사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프랑스 대법원에서 우버 운전사는 자영업자가 아닌 직원이라고 판결했고 같은 해 8월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도 비슷한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우버는 한때 캘리포니아주에서 영업을 접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같은 해 11월 주민 투표를 통해 우버 운전사의 지위가 개인사업자로 유지되면서 영업을 지속했다. WSJ는 “우버를 비롯한 플랫폼 경제에서 노동권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전 세계에서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조치가 광범위하게 적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NYT는 “영국에는 노동법상 개인사업자와 완전한 피고용인 간에 중간 지대가 있는데 이는 다른 나라에 없는 제도"라며 "이 덕분에 우버의 이번 결정이 쉬운 측면이 있었지만 다른 나라에도 적용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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