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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재구성] 퇴근 후 대본 연습까지...20대 보이스피싱 조직원 징역형

실적 낮은 날이면 질책에 '보충학습'

피해자 합의 했지만 징역형 못피해

/이미지투데이




“공부할 때는 집중해서 열심히 해라”

“외출은 하지 말고 숙소에서만 생활하라”


기숙학원에서 볼 법한 위 문구는 남모씨가 세운 콜센터의 ‘직원 행동강령’ 중 일부다. 지난 2016년 남씨는 중국 산둥성 청도시를 시작으로 요녕성 대련시, 태국 치앙마이 등지에 콜센터를 세워 운영했다. 대량의 전화번호, 가상사설망(VPN), 유선전화 변작 프로그램에 시나리오가 적힌 대본까지 준비한 그는 일명 ‘금도끼’로 불리던 보이스피싱 총책이었다.

2018년 20대 한국인 홍모씨와 박모씨는 남씨 측으로부터 ‘중국에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이후 그들은 남씨가 세운 콜센터 직원으로 가입한다. 이들의 역할은 금감원 직원, 검사 등을 사칭해 “명의가 도용 돼 피해를 당할 수 있다”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면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며 대포통장으로 피해자의 돈을 입금 받는 일이었다.
이 같은 방식으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홍씨는 6명으로부터 1억5,000여만원을, 박씨는 12명으로부터 2억여원을 각각 송금 받았다. 성공 금액의 15% 내지 20%를 받는 것이 계약 조건이었다.



하지만 생활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남씨 측은 이들의 여권과 휴대폰 유심을 가져가 조직을 이탈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외부에 연락하는 일 또한 통제했다. 실적이 나오지 않는 날이면 질책을 당하고 늦은 저녁까지 대본을 외우며 ‘보충학습'을 해야 했다.

결국 홍씨와 박씨는 2019년 조직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이들은 범죄단체활동,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홍씨는 2,900만원 박씨는 3,000만원을 피해자에게 지불하고 합의했지만 징역형을 피할 수 없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최창훈 부장판사)는 홍씨와 박씨에게 각각 징역 1년 4개월과 1년10개월을 선고했다. 또한 배상신청인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잘못을 인정하고 조직에서 핵심적인 지위나 역할을 담당하지 않았다”면서도 “범죄단체에 가입해 활동한 기간이 각각 8개월, 10개월에 이른다”며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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