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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본능을 깨워라]프로·아마, 남녀 불문 ‘장타와 사랑에 빠진 골프’

370야드 초장타 디섐보 효과, 드라이버는 쇼이면서 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280(야드) 찍음’ 인스타서 ‘플렉스’

여자 선수들 웨이트 열풍, 신제품 장비도 비거리 초점

브라이슨 디섐보가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0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직전 대회 파5 홀에서 호수를 건너 그린 쪽을 노린 370야드 ‘괴물 샷’은 전 세계 장타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AP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골프 연습 영상을 올렸다. 호쾌한 드라이버 샷 스윙 뒤 측정 화면에 찍힌 숫자는 280.7야드. 정 부회장은 ‘280 찍음. 남자는 거리다’라고 적었다.

골프가 장타와 사랑에 빠졌다. 한 뼘이라도 더 보내려는 욕구는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요즘처럼 프로와 아마추어, 남녀를 불문하고 장타가 유행인 시기는 일찍이 찾아보기 어려웠다. 퍼포먼스보다 패션을 중요시하던 여성 골퍼들도 최근 들어서는 시원한 드라이버 샷을 자랑하는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속속 올리고 있다.

◇퍼트는 돈, 드라이버도 돈?= ‘드라이버는 쇼, 퍼트가 돈’은 너무 유명하고 너무 당연한 골프계 격언이다. 화려한 장타보다는 정교한 퍼트가 실속 있다는 뜻이다. 좋은 퍼트의 이전 단계인 정확한 아이언 샷이 돈을 위한 지름길로 주목 받기도 하는데 요즘은 드라이버가 지름길을 넘어 고속도로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이끈 것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다. 작정하고 몸무게를 늘려 100㎏ 거구로 거듭난 그는 지난해 9월 US 오픈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었다. 깊고 질긴 러프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멀리 쳐 놓는 방식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달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는 호수를 끼고 돌아가는 파5 홀에서 물을 가로질러 그린 쪽을 직접 노리는 용감한 드라이버 샷으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젊은 골프 팬들은 디섐보가 드라이버를 들 때마다 초장타에 대한 기대로 환호성을 지른다.

드라이버 샷 평균 320.8야드로 시즌 1위를 달리는 디섐보는 벌써 536만 달러를 벌어 시즌 상금 선두 자리를 다투고 있다.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과 지난달 피닉스 오픈 우승으로 부활을 알린 브룩스 켑카(미국)도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가 300야드를 훌쩍 넘는 ‘스트롱맨’이다.

스트롱맨 전성시대를 맞아 디섐보 따라하기가 한창이다. 자존심 강한 PGA 투어 선수들이 앞다퉈 디섐보식 장타 연구에 빠져들었고 국내 선수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상금왕·대상(MVP) 2관왕의 김태훈은 “디섐보가 호수를 넘겨 (그린 쪽으로) 티샷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 공격적인 플레이가 버디 확률을 높인다고 판단될 때는 파4 홀에서 1온, 파5 홀에서 2온을 적극적으로 노리려 한다”고 말했다. KPGA 투어 측은 페어웨이를 넓히고 러프는 비교적 짧게 조성해 장타자에게 확실한 어드밴티지를 주는 쪽으로 새 시즌 코스 세팅 방향을 잡았다.



체력 훈련하는 박현경. /사진 제공=팀 글로리어스


◇운동도, 장비도 장타에 초점=남자 선수들뿐 아니라 여자 선수들도 장타를 위한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요즘 같은 비시즌은 많게는 주 6회씩 피트니스 센터에서 살고, 시즌 중이나 대회 기간 중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체력 훈련은 비시즌에 몰아서 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트렌드가 바뀌었다. 대회장 인근에서 ‘이동식 피트니스센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간단한 기구를 들여놓고 트레이너가 상주하는 밴 차량이 매번 대회장 주변에 머무르며 선수들을 맞이한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왕 김효주는 체력 훈련 효과를 톡톡히 본 대표 사례다. 스쾃과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등 ‘무게 운동’을 거의 매일 빼놓지 않는 한편 엄격한 식단 관리로 체중을 4㎏ 늘렸다. 그 결과 드라이버 샷이 15m나 더 나가고 샷에도 일관성이 생겼다. 올해 주 무대인 미국으로 향하기 전에도 혹독한 체력 훈련으로 하체 근력을 더 강화하고 몸무게를 2㎏ 더 늘렸다.

선수들이 드라이버를 선택하는 기준도 바뀌고 있다. 캘러웨이골프의 투어 팀 관계자는 “저스핀 드라이버 헤드에 가볍고 강한 샤프트를 선택하는 선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헤드 스피드와 볼 스피드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릭슨은 리바운드 프레임 기술을 적용해 볼을 강하게 튕겨내는 ZX 드라이버를 ‘꿈의 1온 드라이버’라고 소개하고 있다. 타이틀리스트는 스핀양을 현저하게 낮춰 최대 비거리를 제공하는 TSi4 드라이버를 내놓았다. ‘정용진 드라이버’로 이름난 핑 G425, 야마하의 ‘두 클럽 더 나가는’ 아이언 UD+2도 인기다. UD+2는 본사가 있는 일본보다 한국에 먼저 출시됐다. 전통적인 아이언 명가 미즈노도 저스핀 기술로 ‘비거리 쇼’를 보장한다는 ST-Z, ST-X 드라이버를 자신 있게 내세운다. 브리지스톤 골프볼은 디섐보가 쓰는 공으로 입 소문을 타고 있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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