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움츠렸던 몸을 서서히 풀고 있는 공연장에서 배우들의 수준급 악기 연주를 만나볼 수 있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 잇따라 관객을 만난다.
배우들이 길게는 1년 가까이 특별 레슨과 ‘입시 준비에 버금가는 연습’으로 완성해 낸 연주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가 되어 극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 초연으로 선보인 ‘그레이트 코멧’은 배우와 연주자, 음악의 장르, 무대와 객석의 구분마저 허물어 버린, 그야말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뮤지컬’이다.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의 제2권 5장이 원작으로, 1812년 나폴레옹 침공 직전의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피에르·나타샤·아나톨 등 세 남녀의 사랑과 방황, 삶의 새 전환을 그린다.
공연은 객석을 통해 등장하는 배우들이 기타와 캐스터네츠, 마라카스 등을 연주하며 펼치는 일종의 ‘프리쇼’와 함께 시작된다. 극 중 피에르는 아코디언과 피아노, 탬버린을 연주하고, 아나톨은 바이올린 솔로를 선보인다. 제작사는 배우들의 연주를 위해 지난해 초 작품 기획 단계부터 정기적인 교습을 진행했다. ‘로빙 뮤지션’으로 불리는 연주 앙상블 11명도 ‘어쿠스틱 기타, 비올라, 바이올린, 아코디언, 클라리넷 중 하나의 악기 연주 필수’라는 오디션 조건을 충족시켜 최종 선발됐다. 이 밖에 김문정 음악감독이 무대 중앙에서 직접 지휘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한다.
작곡가 데이브 말로가 ‘일렉트로 팝 오페라’라고 칭한 이 작품은 팝·일렉트로닉·클래식·록·힙합 등 다양한 형태의 넘버를 선보인다. 오케스트라 10명(지휘자 포함)과 로빙 뮤지션(움직이며 악기 연주하는 배우들 총칭) 11명이 펼치는 ‘쉬지 않는 음악’에 흥이 절로 폭발한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객석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장면 연출을 생략했다지만, 충분히 가슴 설레는 활력을 주는 작품이다.
오는 4월 7일 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포미니츠’는 피아노가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있을 만큼 연주를 전면에 내세운다. 동명의 독일 영화가 원작으로, 천재적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이지만 살인수로 복역 중인 18세 소녀 ‘제니’와 2차 대전 이후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온 ‘크뤼거’가 교도소에서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다. 제니 역의 배우들에게는 고난도의 피아노 연주가 필수다. 세 곡 정도를 직접 연주하고, 틈틈이 건반을 이용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30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제니 역의 김환희와 김수하는 캐스팅 직후부터 반년 가량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다. 가장 큰 난관(?)은 작품 말미 마지막 4분 동안 실제 피아니스트(조재철·오은철)와 듀엣으로 선보이는 슈만 피아노 협주곡 A단조다. 테크닉은 물론이고 두 연주자의 감정적 합이 중요하기에 피아니스트들조차도 혀를 내두른다. 박소영 연출은 “피아노가 정말 중요한 작품이기에 (배우들이) 굉장히 압박을 받고 있다”며 “클래식 같기도, 연극 같기도 한 매우 오묘한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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