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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도 하는 '뉴 스페이스' 우리도 나서야죠”

이상률 항우연 원장

잇단 국책 사업 성공에 취한 한국

20~30년 전 구시대 방식 답습해

미·일·유럽선 우주관광 등 상업화

기술 민간 이전·기업 진출 유도해

위성 가공 사업 등 틈새시장 개척해야

이상률 항우연 원장이 2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우주개발의 패러다임을 뛰어넘어 ‘뉴 스페이스’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항우연




“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이 20~30년 전 방식에서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미래 대비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없어요. 기존 우주·항공 개발의 패러다임을 뛰어넘어 ‘뉴 스페이스(민간의 우주개발 상업화)’를 열어야 합니다.”

이상률(61) 신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2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스페이스X뿐 아니라 룩셈부르크 등 세계 각국에서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 우리도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프랑스 폴사바티에대 제어·우주응용학 석·박사인 그는 항우연 위성연구본부장·항공우주시스템연구소장·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을 거쳐 부원장을 지냈으며 최근까지 달탐사사업단을 책임져왔다.

그는 우선 미국·유럽·중국·러시아·인도·일본 등 우주 강국은 물론 룩셈부르크 등 후발 주자까지 뉴 스페이스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스페이스X는 위성 발사 대행과 우주 인터넷 서비스에 이어 연내 우주 관광을 선보이고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도 우주 관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인구 60만여 명에 불과한 룩셈부르크는 위성 정보 비즈니스를 키우며 주목받고 있다. 이 원장은 “과거 록히드마틴·보잉·에어버스가 정부 위탁 사업에 의존했는데 지금은 앞다퉈 위성 비즈니스나 뉴 스페이스에 뛰어들고 있다”며 “우리도 정부가 민간에 기술을 이전하고 우주 프로젝트를 많이 만들어 기업들이 시장을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머스크가 1기당 100만 달러 이하의 소형 위성을 한꺼번에 60기씩 궤도에 올리며 오지·섬·바다에도 인터넷을 서비스하는 혁신을 꾀하고, 발사체도 핵심인 1단부를 현재 아홉 번까지 재활용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이 원장은 “항우연은 우주와 항공 분야 간 내부 갈등 등 반성하고 고쳐야 할 부분도 많고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부분도 있다”며 “그동안 위성과 나로호, 한국형 발사체(누리호) 등 전력투구한 국책 사업 성공에 취해 오늘날까지 흘러왔다”고 성찰했다. 그 결과 최근 발사에 성공한 차세대중형위성1호 등 위성 9개 중 아리랑1호를 빼고 8개가 지구궤도를 도는 등 위성에서 큰 업적을 냈지만 뉴 스페이스 대비에는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위성 가공 비즈니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소형 위성 발사 대행 등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최근 차세대중형위성1호를 플랫폼 삼아 민간에서 위성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향을 돌리고 있어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그는 항우연이 약 5,000억 원의 예산 중 80%가량이 국책 과제인데 연 수십억~수백억 원이라도 안정적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쪽에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원장은 “정부가 2035년까지 구축을 목표로 하는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은 초정밀 위치·지도·시각 정보를 제공해 자율주행차·드론·통신·금융·전력·교통·농업·군사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총 4조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기 시작하면 다른 과제가 소홀해질 수 있는데 이때 다른 미래 대비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가 내년 초 발사하는 차세대중형위성2호를 민간이 주관하도록 하고 오는 10월과 내년 5월 한국형 발사체 시범 발사 이후 발사체 기술 민간 이전 등의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은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머스크처럼 발사체 재활용 연구도 하고, 현재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는 위성을 남쪽으로만 쏴 지구를 비스듬히 도는 경사궤도를 만들지 못하는데 비행기에 로켓과 위성을 싣고 발사하는 방법 등 미래형 발사체를 연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2029년 4월 지구에 근접하는 소행성을 탐사하는 것도 2035년 소행성 착륙 목표에 앞서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8월 스페이스X를 통한 달 궤도선 발사, 2030년 달 착륙선 발사, 2035년 소행성 시료 채취 등 현재 계획된 프로젝트 이외에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스타트업 등 민간 투자를 독려하기 위한 인재 양성과 프로젝트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2023년부터 시행되는 제4차 우주진흥기본계획에는 선진국을 무조건 좇지 말고 우리 독자적인 개발·탐사 계획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최근 아랍에미리트가 화성 탐사선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고 룩셈부르크는 우주 광물 자원 사업화를 추진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리가 없다. 여러 시도를 해봐야 한다”며 의지를 보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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