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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000억 거래 CFD '외국인' 통계 둔갑...공매도 재개땐 세력 더 키울 수도

['빚투계좌' CFD 4조 돌파…증시변동성 새 뇌관 되나]

쉬운 빚투·양도차익 비과세에 덩치 쑥

전문 투자자 요건 완화까지 한몫

시장불안 때 반대매매 봇물·수급 왜곡

감독 강화에도 대형 증권사 가세

"위험 관리 등 세부지침 마련 시급"





차액결제거래(CFD) 시장이 최근 1년 사이에 급성장하면서 증시의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 개인투자자들의 영역이라고는 하지만 덩치가 커진 만큼 증시가 흔들릴 경우 반대매매가 쏟아져나오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CFD 시장의 성장은 △고수익을 좇는 투자자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증권사 △모험 자본 공급을 명분으로 전문 투자자 기준을 완화한 금융 당국의 정책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 급성장한 CFD에 대해 적극적인 정보 공개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손쉬운 ‘그들만의 빚투’…전문 투자자 요건 완화로 물 만나=30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CFD는 종목별 최대 10배 레버리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급속도로 시장 규모를 키웠다.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과 대주주 과세 요건(개별 종목 10억 원)에 사실상 해당하더라도 CFD를 활용하면 이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며 계좌 수와 잔액이 빠르게 늘었다.

금융 당국의 전문 투자자 자격 요건 완화는 시장 확대의 기폭제가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11월 개인 전문 투자자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등록 업무를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로 이관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 말 3,000명대이던 전문 투자자는 지난달 말에는 1만 1,720명으로 늘었다. 전문 투자자가 되면 △기본 예탁금 면제 △코넥스 및 사모펀드 거래 한도 폐지 등의 혜택도 누리지만 핵심은 CFD 계좌 개설이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실제 CFD 계좌 수는 2019년 10월 말 1,835개에서 지난달 말 1만 4,883개로 늘며 전문 투자자 수와 비슷한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CFD는 안정적인 수익원이다. 키움증권(0.15%)을 비롯해 대부분 증권사의 CFD 수수료율은 0.2~0.7% 수준으로 주식 매매 수수료에 비해 높다. 모든 거래가 신용거래여서 신용 이자를 통한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단기 급성장에 시장 변동성 확대·수급도 왜곡=하지만 갑작스러운 CFD 시장 성장은 증시 변동성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 증권사는 장 마감 종가를 기준으로 CFD 계좌를 평가해 기준에 미달할 경우 반대매매를 집행해 계약을 강제 청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급락장에서 CFD 반대매매 물량도 낙폭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월 말 1조 1,385억 원이었던 CFD 발행 잔액은 지난해 3월 말에는 5,533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올 1~2월 대형주 급락이 여러 번 연출됐던 것 역시 4월 양도세 부과를 앞두고 CFD에서 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CFD 발행 잔액은 전달보다 8,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급락장에서 일반 신용 거래에서도 반대매매가 많이 일어나며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CFD는 신용거래보다 더 큰 레버리지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변동성 확대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며 “올 1월 대형주의 급등락과 거래량 증가 과정에서 관찰된 국내 증시에서 매매가 활발하지 않은 외국계 증권사 창구의 주문이나 외국인 매매가 활발하지 않은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주문 등도 CFD 계좌를 통한 거래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급 왜곡에 대한 우려도 크다. 투자자가 증권사에 CFD 매수 주문을 넣으면 증권사는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에 해당하는 CFD 발행자에 다시 이 주문을 넣는다. CFD 매도자가 된 외국계 증권사는 헤지를 위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해당 주식을 사들인다. ‘슈퍼 개미’의 주문이 외국계 증권사의 주문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 같은 금액이 크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하루 거래액만 4,000억 원이 넘어서면서 투자 주체별 수급 통계에 미치는 왜곡 현상도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감독 강화에도 대형사 가세…시장 더 커질 듯=CFD 시장이 급성장하며 증시에 영향을 미치자 금감원은 지난달 CFD 잔액 상위 증권사에 투자자별 한도 마련, 반대매매 증거금률 인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선 유의 사항을 전달했다. 1월 발표된 세법 개정안을 통해 다음 달부터 CFD를 통한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도 이뤄진다.

하지만 이 같은 관리·감독 강화에도 오히려 제도가 갖춰지며 CFD 출시를 머뭇거리던 대형 증권사들이 앞다퉈 관련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어서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증권이 다음 달 CFD를 출시할 예정이며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각각 상반기, 연내 출시를 목표로 관련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여기에 오는 5월부터 공매도가 재개되면 CFD를 통한 공매도(매도 진입)도 가능해지며 시장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의 한 CFD 담당 직원은 “양도 차익 과세 면제나 대주주 요건 회피 같은 것은 CFD의 부차적 목적”이라며 “손쉬운 레버리지 투자나 개인 공매도가 주된 장점이다 보니 예전만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기는 어려워도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효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CFD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CFD에 대한 세부적 규제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CFD는 높은 투자 위험도로 인해 구체적인 관련 제도를 만들고 영업 행위, 위험 관리 등에 대한 세부적 지침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사록 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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