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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파악도 없이 ‘2차 백신 당겨쓰기’…대책 없는 질병당국

당국, 2차 백신 당겨오고·접종 간격 늘리고…AZ 물량 대응 만전

1차로 당겨온 2차 물량 집계 안돼…2분기 일정 차질 우려

예방접종추진단 “집단면역 가능” 자신감…수출제한도 고려 안해





질병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수급 불안정에 대비하기 위해 1~2차 접종 간격을 늘리고, 2차 접종분을 당겨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분기 중 접종 인원을 늘려 11월로 예정한 집단 면역 일정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현재 1차 접종에 활용되는 2차 접종 물량의 규모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접종 인원만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집단면역은 커녕 2분기 예방접종 계획마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AZ백신 접종 간격 12주로 늘리고…2차 백신 1차로 끌어오고


30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당초 8주로 정해져 있던 AZ 백신의 1~2차 예방접종 간격을 12주로 늘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남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접종간격을 8~12주로 권하고 있고 현재 2차 접종 예약을 10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필요시 예약 기준일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추진단은 지난 주부터 2차 접종을 위해 비축하고 있는 AZ 백신 물량을 현재 일부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에서 1차 접종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65세 미만에 1차 접종을 진행한 일부 기관에서 2차 접종용 물량을 최근 접종을 시작한 65세 이상에 접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1차로 당겨 온 2차 수량 추계 안돼…“접종 마무리 후 집계할 것”


당초 추진단은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정이 현실화 하면서 AZ 백신 2차 접종 비축분을 1차에 활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백신 당겨쓰기’를 하면서 1차에 활용되는 2차 접종 백신 물량과 규모를 집계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반장은 브리핑에서 “2차 접종 비축분의 경우, 현재 1차 접종을 시행했던 기관인 요양병원, 보건소,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등에 보관돼 있다”며 “현재 접종이 진행 중이라 정확한 사용량은 추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일정 대상자군에 대한 접종이 마무리된 이후에 접종량을 계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부터 AZ백신을 통한 접종이 시작돼 2분기 중 2차 접종이 진행돼야 하는데 수량을 집계하지 않은 채 새롭게 접종 인원을 확대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당국은 AZ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을 기존 12주로 늘리는 방침도 고려하고 있다. 역시 물량 부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2차 접종을 위한 예약 기준 날짜를 10주로 정하고 있지만 백신 수급 상황에 따라 예약 기준일을 12주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백스 통한 AZ 백신 도입 미뤄져…수급 불안정 현실화


물론 AZ백신 접종 기간을 12주로 늘리는 것 자체는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 허가 자체가 4~12주로 난 만큼 접종 간격이 길어질수록, 12주에 가까울수록 효과가 좋다는 연구도 있다. WHO의 면역전략자문전문가그룹(SAGE)에 공유된 AZ백신 관련 문헌에 따르면 접종간격에 따른 백신효과는 4~8주 56.4%, 9~12주 70.5%, 12주 이상 77.6%로 확인된다.

하지만 접종 간격을 늘리는 이유가 물량 부족 때문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당국은 당초 31일까지 도입 예정이던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AZ백신 도입 일정을 최소 3주 연기했다. 도입 물량도 69만 회분에서 43만2,000회분으로 줄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도입 일정 연기에 대해 “이는 국제적인 공급 상황의 어려움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5월께 예정돼 있던 AZ백신 2차 접종 일정을 미루고, 2차 접종에 사용될 예정이던 백신을 1차에 활용하자 일각에서는 “자칫 2분기 접종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같은 백신 당겨쓰기에 대해 “자신이 있어 가져가겠지만 (시일 내에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질병청장이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접종일정 차질 우려에도 ‘집단 면역 문제 없다’ 자신감


상황이 이렇지만 당국은 당장 이틀 뒤부터 시작될 2분기 접종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반장은 “2분기 계획은 백신 공급량의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원래 계획된 대로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며 “2차 접종용 비축분을 최대한 활용해서 1차 접종 대상자를 확대하고, 더 신속하게 접종을 하기 위해 일부 접종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은 검토해서 별도로 말씀을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생산 백신이 수출 제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현재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해 잠정적으로 수출을 제한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유진 백신도입팀장은 국내에서 위탁생산된 백신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가 가능할지 묻는 질문에 대해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그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받을 수 있는 영향, 수출제한 이후 다른 백신이 우리나라에 공급되는 데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당국은 화이자 백신에 대해서는 접종 간격을 늘리거나 2차 접종분을 1차 접종자에 사용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화이자의 경우 접종 간격이 21일, 3주로 2차 비축분을 활용할만큼 간격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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