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 드문드문 나비가 보인다. 나비가 날기 위해서는 체온이 섭씨 30도가 되어야 한다. 나비의 종류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봄 기온이 20도 안팎임에도 나비가 날 수 있는 까닭은 배에 태양광을 최대한 많이 쪼여 그 복사열로 체온을 높이기 때문이다. 나비가 그늘을 날고 있다면 체온을 낮추는 중일 것이다.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도 체온과 관련 있는데, 날개를 덮은 인편(鱗片)이라는 비늘 가루가 빛의 반사와 산란을 맡아 온도를 관리하고 색깔도 띠게 한다.
나비를 칭하는 한자어 호접(蝴蝶)에는 공통적으로 벌레 충(蟲) 변이 들어간다. 신간 ‘충선생’은 한자 이름에 벌레 충 자가 들어간 생물체 21종에 관한 이야기다. ‘버러지’로도 불리는 곤충을 ‘충선생’이라 높여 부르는 이 책은 인류가 그동안 “정복과 개발, 구충과 박멸, 생산성 향상” 등의 이유로 함부로 대한 동료 생명체와 자연에 대한 경건한 마음을 저변에 깔고 그들 모두가 “삶의 동반자”임을 이야기한다.
소달구지가 사라지면서 함께 사라져간 쇠똥구리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완전히 자취를 감췄고 최근에는 몽골에서 쇠똥구리 200마리를 수입하기까지 했다. 쇠똥구리는 달도 없는 어두운 밤, 은하수 빛을 이동의 기준으로 삼는 유일한 동물체다. 고대 이집트에서 쇠똥구리는 신성한 존재였다. 3,700년 전 이집트 왕궁 천장에 쇠똥구리가 그려져 있고, 투탕카멘의 왕릉에서 쇠똥구리가 태양을 굴리는 형상의 목걸이가 발견됐다. 쇠똥구리를 ‘우주의 신’으로 떠받들었던 이집트인들은 그 작은 생명체가 해와 달, 은하수의 빛에 민감하다는 것을 이미 알았던 것일까?
사마귀는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임에도 사람들에게 호감도가 낮다. 강한 턱으로 살아있는 곤충을 아작아작 먹는 모습이 탐욕스러워 보이기 때문일 수 있는데, 사마귀의 강한 식욕은 배 속에 사는 ‘연가시’라 불리는 기생충 때문이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전성기가 짧은 메뚜기지만 이들이 떼로 몰려들면 천재지변에 맞먹는 ‘황재(蝗災)’를 불러 온다.
저자는 생태계 훼손 때문에 사라져 가는 존재들을 이야기하면서 자연과학적 지식정보 뿐만 아니라 동양의 문화인류학, 사회 현상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풀어놓는다. 차가운 지성의 반딧불, 재주 많은 땅강아지, 의리의 개미와 기다림의 거미 뿐만 아니라 ‘곤충 아닌 충선생’으로 개구리, 두꺼비, 지렁이, 뱀까지 포함했다. 1만5,000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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