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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밤’ 유희열, “딸, 어머니와 함께 밤 산책 하고 싶어”

‘밤을 걷는 밤’ 유희열




“이번에 여러 장소들을 산책하면서 꼭 보여 주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내 딸과 어머니다”

감성뮤지션 유희열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심야 산책 에세이 ‘밤을 걷는 밤’을 출간했다.

‘밤을 걷는 밤’(위즈덤하우스 펴냄)은 동명의 카카오TV 오리지널 예능을 재구성한 에세이로, 4개월간 대본도, 조명도 없이 서울의 동네 구석구석을 걸으며 담은 일상의 풍경을 감성적인 사진과 함께 책으로 담아냈다.

특히 이 책은 유희열의 베스트셀러 삽화집 ‘익숙한 그 집 앞’ 이후 22년 만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희열에게 밤 산책은 어떤 의미인지, 평소 어떤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는지, 누구와 함께 걷고 싶은지 그의 목소리를 통해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유희열과의 일문일답.

▲유희열에게 밤이란?

- 밤은 나의 주 활동시간이다. 늦게 일어나서 해 뜰 때쯤 자는 생활이 거의 19살, 20살 때부터 시작됐으니까 그렇게 30년 가까이 살고 있고, 밤은 나의 얼굴이 제일 예쁠 때이기도 하다.(웃음) 그리고 모순된 단어이기는 하지만 나에게는 가장 빛나는 시간들인 것 같다. 주변은 어두워져있는데 그 시간이 내 하루 일상의 에너지로 봤을 땐 제일 반짝거린다. 또한 뭔가 감성적일 수도 있고 내가 나다워질 수 있으면서 어떨 때는 나를 숨길 수도 있는 비밀스러운 시간이다.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유희열에게 밤에 걷는다는 것은?

- 나는 밤에 걷는 게 확실히 좋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밤에 걸으면 무엇인가를 조금 더 들여다보게 된다. 낮에는 모든 것들이 다 보인다. 낮에 걷는 것은 마치 조리개를 다 열어놓고 사진을 찍어 쨍하게 보이는 사진이라고 치면, 밤에 걷는 느낌은 조리개를 조인 상태로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을 보고 뒷모습은 다 날아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의 기분이다. 잘 안보이니까 내가 조금 더 몰랐던 것을 들여다볼 수 있기도 하고 느껴지는 감각들이 다 깨어 나오는 것 같다. 소리, 바람, 냄새 이런 것들에 굉장히 민감해진다. 그래서 밤에 걸으면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이렇구나’라고 매번 다른 것들을 보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밤을 걷는 밤> 책 속에서 추천해주고 싶은 코스는?



- 첫 번째 밤 산책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카카오TV ‘밤을 걷는 밤’ 제작진들이 청운동, 효자동, 부암동 이쪽 동네를 첫 산책지로 잡았는데 내가 태어난 곳이 바로 그 동네다. 거의 20대 중반까지 그 동네에서 쭉 자랐기 때문에 사실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 그쪽 동네에 저희 친척과 어머님도 살고 계셔서 나에게 굉장히 친숙한 동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산책을 하면서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게 참 많았더라.



생각해봤더니 그 동네를 등교하거나 아니면 밤에 버스 타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일은 많았는데 마음먹고 산책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제 내 나이가 쉰이 넘었는데 아무래도 어릴 때 보던 눈높이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것 같다. 안보이던 것들이 막 보이더라. 예전에는 떡볶이집이 보였다면 지금은 ‘저기 저런 나무가 있었어?’ 이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내가 태어난 청운효자동 편을 꼭 추천해 드리고 싶다. 그곳에 놀라울 정도로 탄성을 자아내는 공간이 있었는데 ‘무무대’라고 인왕 스카이웨이 가는 길이 있다. 그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너무 좋았다. 이번에 밤 산책하면서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구나’를 새삼 깨닫게 됐다.

▲밤에 산책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은?

- 만약에 ‘밤을 걷는 밤’을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치고 내가 DJ가 되어 선곡을 한다면 한 가지 원칙은 가지고 선곡할 것 같다. 바로 연주곡이다. 가사가 있으면 스토리에 내가 들어가 있는, 마치 내가 그 인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인데 연주곡을 들으면서 산책을 하게 되면 내가 감독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주연배우가 된 것 같기도 한 묘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연주 음악은 그 안에 가사를 본인들이 쓰면 된다. 그래서 내가 추천하고 싶은 연주곡은 처음부터 이곡을 시그널 음악으로 썼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페퍼톤스의 ‘롱 웨이(long way)’라는 곡이다. 마지막 트랙에 있는 곡인데 이 곡은 진짜 밤에 산책할 때 너무 잘 어울린다. 슬픔, 기쁨, 위로 등등 모든 상황에 잘 붙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곡은 소속 아티스트 중에 윤석철이라는 재즈 아티스트가 있는데, 윤석철트리오 앨범 중 ‘2019 서울’이라는 연주곡이 있다. 라디오 시그널과 잘 어울리는 곡으로, 마치 서울이라고 하는 공간이 주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다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쓸쓸함, 삭막함, 때로는 포근함, 익숙함, 설렘 등 형용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다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두곡을 배경삼아 혹은 지도삼아 어딘가를 걸으신다면 내가 걸었던 장소가 아니더라도 진짜 ‘밤을 걷는 밤’의 주인공이 되실 수 있을 것 같다.

▲밤을 걷는 밤, 같이 걷고 싶은 사람은?

- 이번에 여러 장소들을 산책하면서 꼭 보여 주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내 딸이다. 다른 분들에게 내가 산책하기 좋은 장소를 추천해드리면 스스로 택시를 타든 버스를 타든 지하철을 타든 어떻게든 갈 수 있는데 아직까지 내 딸은 그곳에 혼자 가기엔 불안한 나이여서 몇 군데 직접 데려간 적이 있다. 내가 자랐던 동네, 후암동의 계단길 등을 손잡고 많이 데리고 다녔는데 딸의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어떤 곳은 딸이 싫어했던 곳도 있었고 ‘여기는 좀 무서운 것 같은데’ 이런 반응을 보이기도 해서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나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우리 어머니는 거동이 좀 불편하시기 때문에 아마 그곳들을 같이 걸어 다닐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아하셨을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많은 걸 얘기해주셨을 것 같다. 왜냐면 그 시간의 두께가 나보다 훨씬 더 두터우시고 내가 모르는 그 동네의 옛 풍경들을 다 기억하고 계신 분이기 때문이다. 같이 다니면서 ‘여기가 어땠다’는 등의 얘기를 많이 해주시지 않았을까 싶다.

▲<익숙한 그 집 앞> 이후 21년 만에 나온 책인데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이 책은 책 읽는 걸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정말 좋은 책인 것 같다. 산책 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경주하듯이 완독해서 돌파해 나가는 전문 서적 같은 게 아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가는 게 산책이지 ‘내가 저기부터 여기까지 오늘은 꼭 반드시 걷고 몇 분 안에 돌파할거야’ 이건 경주이다. 이런 책은 어느 순간 피곤할 때 다시 봐도 읽히더라. 나는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이 책에 나왔던 공간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공간에는 사람이 모여야 얘기가 완성된다. 그러니까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그 공간을 누군가와 함께 채우신다면 독자들의 일상의 완성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되실 것 같다. 내가 앞서 걸어가고 있고 밤 산책을 함께 떠나신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이 책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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