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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
지배구조 위협 '삼성생명법'...통과땐 전자 지분 6.6% 처분해야

■이재용 그룹 지배력 강화...남은 변수들

물산서 매입하면 지주사 대상

전자지분 늘려야 하는데 불가능

전자 개인 최대주주인 홍라희

경영권 방어 등 지원군 나설듯

이 부회장, 합병 의혹 재판 올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서울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중심으로 재편된 삼성그룹 지배력을 두고 국회에 계류 중인 ‘삼성생명(032830)법’이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당 법이 통과될 경우 이 부회장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아 2대 주주로 있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대랑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삼성의 지배 구조가 다시 흔들리게 된다.

2일 현재 국회에는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겨냥하고 있어 삼성생명법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총자산의 3%까지만 계열사의 주식·채권을 보유하도록 제한하면서 관련 기준을 총자산은 시가로, 주식·채권은 취득원가로 계산해왔다. 그런데 개정안은 주식에 대한 평가 기준도 시가로 바꿔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3%로 제한하도록 한다. 이 법이 삼성그룹에 적용되면 현재 삼성전자의 주식 8.51%(5억 815만 7,148주,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41조 4,000억 원)를 보유한 삼성생명은 총자산의 3% 이하로만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이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이 310조 원인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약 32조 원어치(지분 6.6%)를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실효 지배하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삼성생명법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가는 삼성물산(028260)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사오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관련 절차와 세액 등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삼성물산은 다양한 계열사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어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매수하면 자산 총액의 50% 이상을 자회사 주식으로 가질 경우 지주회사로 전환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30%로 늘려야 하는데 이 비용을 마련하는 것은 보유 지분 매각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이 43.44%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주식을 팔아 삼성전자 지분을 사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매각 차익에 대해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 등 각종 세액 부담이 커져 삼성그룹과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위해 치르는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삼성가와 삼성그룹도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 절반을 상속받은 걸 보면 삼성가는 보험업법 개정안 리스크를 크게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그룹 지배력이 무너지는 리스크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법안 통과가 쉽지 않고 개정안의 유예기간을 고려하면 당장 삼성그룹에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여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상황에서도 법이 통과되지 않았다”며 “보험업법 개정안 유예기간은 7년임을 고려하면 관련해 대책을 세울 시간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국회가 법안 관련 논의를 시작하면 삼성전자 최대주주로 올라선 홍 여사가 그룹 주요 경영 판단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 여사는 상속 후 지분 2.3%를 보유해 이 부회장(1.63%)보다 더 많은 삼성전자 주식을 갖게 됐다. 이 전 회장의 삼성전자 주식이 법정 비율대로 상속된 결과인데 향후 보험업법 개정안이 현실화할 경우 홍 여사의 역할은 삼성가는 물론이고 삼성그룹 내에서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홍 여사가 보유 주식을 활용해 경영권 방어나 계열 분리 등 대형 이슈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개인 최대주주로서 외부로부터 지배 구조가 위협받을 시 이 부회장의 지원군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옥중에서 승계 작업을 마무리한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법 대비는 물론이고 당장 눈앞에 닥친 재판 준비부터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됐고 올 3월 급성 충수염 수술로 3주 이상 입원했다. 이 과정에서 한 달가량 연기됐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시세 조정 혐의 의혹 등에 대한 공판이 지난달 22일 열린 데 이어 이달 6일 두 번째 공판이 열린다. 충수염 수술 뒤 수척해진 모습으로 지난달 공판에 출석했던 이 부회장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계에서는 이 사안이 국정농단 사건보다 복잡하고 방대해 최종 판결까지는 장기간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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