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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오션·대우조선 왜 ‘돛단배’ 띄우나 했더니…친환경에 답 있네 [서종갑의 헤비뉴스]

‘로터 세일’ 속속 도입하는 조선·벌크선사

환경 규제 강해지며 풍력에서 답 찾는 중

로터 세일 설치 시 연료 사용량 6~8% ↓

VLCC·LNG선 등 설치 등 활용성 높아

팬오션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해 ‘SEA ZHOUSHAN’호에 로터 세일을 시범 장착했다. 사진은 브라질 발레사와 장기운송계약에 투입 예정인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SEA ZHOUSHAN호 모습./사진 제공=팬오션




조선업계에도 레트로 바람이 부는 걸까요. 대항해시대에나 있을 법한 ‘돛’을 단 선박들을 만들겠다는 소식에, 만들었다는 소식까지 잇따라 들려옵니다.

팬오션(028670)이 지난 18일 ‘SEA ZHOUSHAN’호에 원통형 ‘돛’ 5개를 갑판에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선박은 브라질 최대 광산업체인 발레사와 협업을 통해 장기운송계약에 투입하는 초대형 광탄선(VLOC)입니다. 지난 3월에는 대우조선해양(042660)이 노르웨이 DNV선급으로부터 풍력을 이용한 원료 절감 시스템인 ‘DSME 로터 세일 시스템’에 대한 기본 승인(AIP)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조선사와 벌크선사가 잇따라 로터 세일을 도입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韓 조선·벌크선사 ‘로터 세일’ 속속 도입
바닷 바람에서 추진력 얻는 원통형 돛


네, 맞습니다. 최근 들어 대형 선박들이 설치하는 돛은 원통형 기둥으로 엄밀히 말하면 예전의 그 ‘넓은 돛’은 아닙니다. 그러나 바닷 바람을 맞고 추진력을 얻는다는 측면에서 원리는 같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로터 세일입니다. 로터(rotor)는 회전 원통, 세일(sail)은 돛이라는 뜻입니다. 즉 회전하는 원통형 돛입니다.

수소·암모니아선, 자율주행 선박 등 차세대 선박 개발이 한창인데 원통형 돛이 왠말인가 싶을 법 합니다. 여기에는 환경 규제를 맞춰야 운행이 가능한 선사들과 이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하는 조선사들의 현실적 이해관계가 숨어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갈수록 해양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선박 연료 배출가스의 황 함유량을 3.5%에서 0.5% 이하로 줄였습니다. 그래서 재작년부터 선박들은 스크러버를 장착하고, 이도 안되면 운항 속도를 늦추는 등 대책을 마련했던 겁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2030년까지 IMO는 2008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장기적으로 2050년까지 70%까지 줄일 계획입니다. 선주들과 조선사 입장에서는 현재 운항 중인 선박을 이용하면서도 강화된 환경 규제를 맞추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했던 셈입니다. 해상에서 운항하는 선박이 가장 손쉽게 얻을 있는 친환경 에너지는 바로 풍력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탄소 배출량이 많은 벙커C유 사용을 줄이고도 동일한 운항 효율을 얻을 수 있습니다.

로터 세일 시스템이 처음 등장한 건 100년 전입니다. 1920년 바덴바덴호에 처음 로터 세일 시스템이 적용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 로터 세일과 경쟁하던 화석 연료를 쓴 선박 대비 효율성이 떨어져 차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급격히 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로터 세일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됐습니다. 완성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생각하면 편합니다. 기존 내연기관 엔진을 쓰면서도 일부 배터리와 모터 동력을 활용해 연비를 높이는 방식이 선박에 적영됐다고 보면 됩니다. 대신 선박에서는 배터리와 모터가 로터 세일로 대체된 것이지요.



로터 세일 설치 시 연료 사용량 6~8% 절감
VLCC·LNG 운반선 등 고부가선에 설치 가능


효율은 적절해 보입니다. 대우조선해양과 팬오션의 설명을 종합하면 로터 세일을 설치할 경우 연료 사용량은 6~8% 가량 절감된다고 합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에너지 절감 척도로 제시한 에너지효율지수(EEDI)에 비춰봐도 5% 이상 연료 절감 효과가 입증됐답니다. 화석 연료를 적게 태우는 만큼 탄소 배출량은 줄어드는 겁니다. 설치할 수 있는 선박도 앞서 본 VLOC,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까지 다양합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로터 세일은 높이가 24m에 달한다고 했습니다. 망망대해에서 태풍이라도 만나면 강풍에 구조물이 훼손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또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활용에 제약이 따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선박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를 고려할 때 로터 세일이 뉴 노멀로 자리잡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원통형 회전 돛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건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 덕분이랍니다. 마그누스 효과는 물체가 회전하면서 기체나 유체 속을 지나갈 때 압력 차이로 힘을 받는 효과를 뜻합니다. 진행 방향과 회전축의 직각 방향으로 힘이 작용합니다. 강한 회전력이 걸려야 강속구가 되는 야구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로터 세일은 구 모양 대신 기둥 모양을 써서 작용 면적을 늘려 추진력을 더 크게 얻도록 한 것입니다.

원통형의 로터 세일이 설치된 에너콘의 풍력 추진선./사진 출처=구글 캡처


※‘서종갑의 헤비(HEAVY)뉴스’는 낯선 중후장대 산업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드리는 코너입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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