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노래 한 곡, 연극 한 편이 세대 간 벽 허물어”

고학찬 전 예술의전당 사장 서초문화원 강연

우리 사회서 가장 중요한 건 소통

조건 내건 대화에는 진정성 없어

음악엔 닫힌 마음 여는 힘 있어

이젠 부동산 아닌 문화 말할 때







“심각한 사회문제인 세대 간 불통·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문화 예술밖에 없습니다. 전 국민이 부동산에 함몰될 게 아니라 이제는 문화 예술을 얘기해야 할 때입니다.”

‘문화 예술 전도사’ 고학찬(73·사진) 전 예술의전당 사장이 26일 서울 서초문화원의 온라인 강연 ‘차이나는 아카데미’에서 “노래 한 곡, 연극 한 편이 자신과 타인 간 닫혔던 문을 열게 하는 힘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동양방송 PD 출신인 고 전 사장은 뉴욕 한인방송 편성국장, 삼성영상사업단 방송총괄국장 등을 거쳐 지난 2013년부터 예술의전당 사장을 역임했다. 예술의전당 30년 역사상 유일하게 6년간 사장 타이틀을 단 그는 2019년 퇴임 후에도 유튜브 진행자, 행사 기획자로 문화 예술 대중화에 힘을 쏟고 있다.

고 전 사장은 강연에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소통을 꼽았다. 계층·빈부 간 소통부터 세대·지역 간, 더 나아가 남북, 미국·중국까지 소통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는 “양측이 어떤 조건을 달고 소통에 나서려 하지만 요구 수용이 끊기면 소통은 중단되고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며 “이는 소통하려는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진정성을 이끄는 요소가 바로 문화라고 강조했다. 수십 년의 불통·단절도 문화의 힘이 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인 마리아 릴케가 “음악은 언어”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면서 “언어 가운데 가장 소통 능력이 뛰어난 것이 음악, 바로 문화”라며 “음악은 시간·장소를 초월해 소통하는 힘이 가장 강력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작고한 모친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1980년 언론사 통폐합으로 PD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10년 만에 잠시 고국땅을 밟고 모친과 상봉했지만 모친은 치매로 외아들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했다. 뉴욕으로 떠나기 직전 그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고향인 제주의 민요 ‘이야홍타령’을 노모 앞에서 불렀는데 노모가 민요를 따라 부르며 아들에 관한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는 “마지막 상봉에서 음악의 힘, 문화의 힘을 재차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뉴욕에 돌아가 한인 교포 사회를 대상으로 한 우리말 방송을 이끌면서 당시에도 교포 사회의 난제인 세대 간 소통 단절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바쁜 부모 세대와 우리말을 점차 잊는 자녀 세대 간 불통은 당시 자녀들의 범죄로까지 이어졌다”며 “청취자들의 ‘불통 해결’ 문의에 자녀가 좋아하는 노래를 익히고 불러보라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자녀들만 듣는 음악에 부모가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소통의 길이 열린다는 확신에서다.

그는 예술의전당 사장 시절 문화로 통일을 앞당기자는 취지로 100명 규모의 어린이 예술단을 창단하기도 했다. 그는 “경색된 남북 간 관계를 개선하는 데 회담이나 거창한 공연이 아닌 남북 아이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우리의 소원’을 부르는 것으로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며 “다음 세대를 위해 문화 예술을 통한 소통의 물꼬를 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