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중턱 목초지에 멀쩡한 상태의 BMW 전기차 수십대가 방치되고 있는 것이 목격됐다. 이들 차량이 운행을 못한 채 방치되는 것은 렌터카 업체의 경영 악화와 비싼 수리비 등의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제주시 애월읍의 한 목초지에 번호판을 뗀 BMW i3 70여 대가 주차돼 있었다. 바퀴에 바람이 빠진 채였지만, 대부분이 겉보기에 멀쩡했다. 이 차량들은 지난해 부도가 난 제주지역 A 렌터카 업체 소유로, 현재 압류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BMW 코리아에 따르면 부도가 난 A 업체는 2016년과 2017년 BMW 파이낸셜을 통해 할부로 i3 모델 200대를 구매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경영악화로 지난해 부도가 났다. 특히 A업체에서 압류된 차량은 이곳뿐만 아니라 제주시 아라동의 공터 등 도심 곳곳에도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압류된 차량은 다음 달께 경매 보관소로 이동될 예정이다. BMW 코리아 측은 지난 17일 법원으로부터 경매 허가 결정을 받은 상태로, 압류된 차량은 조만간 경매로 넘어간다.
비싼 수리비·지급된 보조금도 수입 전기차 방치 한 몫
비싼 수입 전기 렌터카가 방치되는 경우는 또 있다. 제주지역 렌터카업체 등에 따르면 수입 전기차는 사고가 났을 때 수리 기간이 길고, 수리비가 수 천만 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업체가 수리에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다. 심지어 일부 렌터카 업체는 비싼 수입 전기차 수리비를 지불하지 못해 공업사가 수리한 차를 잡아둔 사례도 있었다.
차량 구입시 지급된 보조금도 방치 이유로 꼽혔다. 보조금이 지급된 전기차 렌터카의 경우 2년 이내 매매나 폐차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8년식 2세대 BMW i3의 경우 LUX 모델 기준 차량가 6,000만원에 보조금 1,691만원이 지급됐다. 지난해까지 제주도가 보급한 전기차 렌터카는 4,143대로 1대당 보조금 최소 400만원에서 최대 1,300만원이 지급됐다고 가정하면, 지원 예산만 539억~580억원으로 추정된다.
/김민혁 기자 mineg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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