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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가뭄·한파에…반도체도 水난시대

대만 물부족 사태로 TSMC 반도체 생산 차질

미국 한파 등 이상 기온도 물 공급에 영향 미쳐

국내서도 공장 증설 놓고 '물 전쟁'


지난 3월 코로나19 시국에도 대만의 한 불당에 3,000여 명이 흰옷을 입고 모였다. 비를 내려달라며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인데 비와 물은 대만 경제를 넘어 반도체 부족 사태를 촉발하며 세계 경제마저 흔들고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세계 각지의 자동차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데 그 근원에 물이 있기 때문이다.

대만 정부 통계에 따르면 26일 기준 대만 저수지 21곳 가운데 7곳을 제외한 14곳의 저수량은 20% 미만이다. 저수량이 5% 미만으로 맨바닥이 보이는 저수지도 7곳이나 됐다. 대만은 매년 7~9월에 태풍이 지나가면서 많은 비를 뿌리는데 이때 내린 비가 연간 강우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문제는 지난해 태풍이 한 번도 대만을 지나가지 않으면서 저수량이 급격히 줄었고 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뭄은 대만 경제에서 가장 비중이 큰 반도체 기업 TSMC에 직격탄을 날렸다. 반도체는 여러 공정을 반복적으로 거치면서 생산되는데 이때마다 발생하는 각종 부스러기나 화학물질을 씻어내는 데 많은 물이 필요하다. 닛케이에 따르면 TSMC는 하루 평균 20만 톤의 물을 사용하는데 인근 저수량이 부족해지자 반도체 공장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TSMC는 비상 조치로 유조차를 동원해 물을 실어 나르고 있지만 1대당 20톤 수준이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대만 정부는 이에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수도관을 TSMC 공장으로 돌릴 정도다.





가뭄뿐 아니라 한파가 닥쳐도 물 공급은 비상이 걸린다. 올 2월 미국 남부 텍사스주에 이상 기온으로 한파가 불어닥치자 삼성전자의 오스틴 반도체 공장이 한 달 동안 멈춰 섰다. 예상치 못한 한파에 수도망은 물론 하천까지 얼어붙으면서 물 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 가동 중단으로 3,000억~4,000억 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와 TSMC 사례에서 보듯 공장 입지에서 물 공급의 안정성과 편의성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를 설립하기로 했지만 최종 입지를 쉽사리 낙점하지 못하는 것은 세제 혜택뿐 아니라 물과 전력의 안정적 공급 등 고려 요소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장 증설을 놓고 ‘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미 하루 40만 톤 가까이 각각 물을 소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평택 공장 증설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25만 톤 이상의 물을 추가로 끌어와야 할 형편이다.

생산 활동에서 물의 중요성은 반도체뿐 아니라 제철·제련, 수력·원자력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어서 기후변화 대응과 맞물려 물 부족 사태는 기업들이 우선 관리해야 할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다. 3대 국제 신용 평가사인 피치는 “대만의 가뭄 장기화는 물 스트레스와 강수 패턴 변화가 경제 전반에 리스크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물 문제가 더 잦아지고 다루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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