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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다른 슬픔을 보듬다

구효서 신간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서로 위로하는 법, 음식과 자연 통해 풀어

구효서 작가./연합뉴스




쫓기듯이 살아가는 복잡한 도시의 삶. 불안과 불편이 그림자처럼 늘 따라 붙는다. 구효서(63) 작가는 글로 나마 이런 흉한 그림자들을 사람들에게서 떼어내고 싶었나 보다. ‘자연과 함께 생의 기운이 가득한 음식을 먹으며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순해 보일 것 같다는 이유로 소설 제목도 ‘요’자로 끝나게 지었다. 특별시나 광역시 같은 큰 도시는 이야기에서 뺐다. 맛있는 것과 예쁜 것이 숨어 있기 마련인 한갓 진 곳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삼았다. 슬픔을 애써 꾹꾹 누르고 있는 사람을 보듬어 주기에도 어지러운 도시 보다는 ‘나무가 많아 숲의 공기는 언제나 싱그러운’ 곳이 더 적절하니 말이다.

구효서가 4년 만에 신작 장편 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해냄출판사 펴냄)’를 냈다. 부제는 ‘파드득나물밥과 도라지꽃’이다. 제목과 부제만 봐도 울음을 삼키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시선 너머 먼 곳에 무심히 피어 있는 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소설에는 여러 사람이 등장하지만 중심 인물은 강원도 평창에서 펜션 ‘애비로드’를 운영하는 여성 난주다. 난주는 곧 만 여섯 살이 되는, 똑똑한 딸 유리와 함께 살고 있다. 펜션에는 서령과 이륙 부부, 미국에서 온 브루스와 정자 부부가 손님으로 찾아와 머문다. 난주는 음식을 잘 한다. ‘돼지고기활활두루치기’ ‘곰취막뜯어먹은닭찜’ 같은 독특한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인다. 펜션은 치유의 공간이다. 손님들은 딱히 주변 관광지를 돌아다니지 않는다. 난주의 음식을 먹으며 주변 풀꽃을 들여다보고 마트 배달 청년의 기타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좋은 음식과 음악, 자연은 종종 기억의 심연을 파고든다. 그 순간 곁에 누군 가가 있다는 게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작가는 잔잔하게 들려준다.





작가는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타락’ ‘동주’ ‘랩소디 인 베를린’ 등의 소설을 썼다. 이효석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국내 유수 문학상을 휩쓴 한국 문단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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