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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한 사이 품절"…초거대 AI 인재 쟁탈전 치열

네이버, KT가 서울대·KAIST 쓸어가자

뒤늦게 발등 불 떨어진 경쟁 기업들

"초거대 AI 인력 한정…선점이 생명"


지난 24일 카카오(035720) 인공지능(AI)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김일두 대표가 카이스트(KAIST)를 찾았다. 같은 날 네이버가 KAIST AI 대학원과 손잡고 연구원 100여 명을 투입, 초거대(Hyperscale)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새 기술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이후였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도 AI 전문 인력을 더 늦기 전에 확보하려고 찾아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김 대표가 KAIST 고위 관계자와 협력 방안을 모색했지만 구체적인 결론은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ST 관계자는 “인재양성 차원에서 당장 가을 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고, 대학원은 ‘산학연’처럼 취업과 연계된 방식을 고민했다”면서도 “직접 어떤 연구를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해선 김범수 의장 등 좀 더 윗선에서의 결정이 필요해 상의 중이다”라고 전했다.





차세대 AI로 주목받는 초거대 AI 개발을 위해 기업들이 기존 개발자 유치경쟁에서 더 나아가 전선을 대학까지 확장하며 ‘인재 모시기’ 전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초거대 AI는 이전 세대 AI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 등 성능 면에서 100배 가량 더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들은 최근 ‘IT 주권’을 강조하며 초거대 AI에 사활을 걸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KT(030200)도 KAIST와 200명 규모의 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발표하는 등 최근 초거대 AI 관련 산학 협력 소식이 잇따랐다. 네이버는 지난달 10일에도 서울대와 함께 100여 명 규모의 연구센터를 설립해 초거대 AI 개발을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소식들이 전해지자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서둘러 학계에 문을 두드렸지만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각 대학에서 초거대 AI 연구개발(R&D)을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품절’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우리도 같이 초거대 AI를 개발하자”고 제안했지만 핵심 대학들은 선제적으로 움직인 다른 IT 기업들이 이미 깃발을 꽂은 상태였다. 기회를 놓친 각 기업 내부에서는 “네이버·KT가 협약을 타결하는 동안 뭐했느냐”는 질책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들은 AI 학습에 필요한 막대한 데이터와 최신 컴퓨팅 인프라를 보유한 반면, 이를 분석하고 활용할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와 KT 발표가 났을 때 경쟁 기업들은 ‘아차’ 싶었을 것”이라며 “초거대 AI를 연구할 수 있는 인력 자원은 한정돼 선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와 KAIST에서 초거대 AI 관련 인력 품절 사태가 일어나자 다음 타자는 어딜지를 두고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포스텍(포항공대), UNIST(울산과학기술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포스텍 관계자는 “논의중인 사안에 대해 아직 공식 발표 전에 확인해 주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해외 IT 기업들의 발빠른 움직임도 국내 IT 기업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뒤처지다가는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종속된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실제 국내 기업과 대학 간 AI 협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지만 해외는 훨씬 활발하다. 구글은 스탠포드대 등 여러 대학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AI 논문을 썼다. IBM은 MIT와 손잡고 ‘왓슨 AI랩’을 설립했다. 퀄컴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와 ‘쿠바랩(QUVA lab)’을 세워 학생들이 낸 특허, 논문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한다.

이러한 위기감에 국내 IT 기업들은 앞다퉈 AI 협력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 KT뿐만 아니라 앞서 LG(003550)도 1억 달러(약 1,100억 원)를 투자해 올 하반기 초거대 AI를 공개한다고 밝힌 바 있고 카카오는 SK텔레콤(017670)과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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