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주자 선호도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0일 발표됐다. 3개월여의 잠행을 마치고 공식 행보를 보이면서 대선 출마를 시사하자 윤석열 열풍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 같은 지지율 상승에 긴장한 여권은 윤 전 총장에 대해 ‘배신자’ 프레임을 부각하며 ‘윤풍’ 사전 차단에 나섰다.
리얼미터가 지난 7~8일 전국 성인 2,013명을 상대로 다음 대선 주자 선호도를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2.2%포인트)해 이날 발표한 결과 윤 전 총장은 35.1%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월 정례 조사에서 최고치(34.4%)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이어오던 추세가 반등에 성공하면서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현직 의원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현충원 참배에 나서는 등 공개 행보에 나서면서 지지율이 다시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 내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인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격차도 더 벌어졌다. 이 지사는 지난 조사보다 2.4%포인트 하락한 23.1%로, 윤 전 총장과 12%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2주 전 조사에서 5.2%포인트 차이를 나타낸 뒤 격차가 더욱 커진 셈이다. 이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9.7%) △홍준표 무소속 의원(4.6%) △유승민 전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각각 3%) 등의 순이었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은 이 지사와의 양자 대결에서 각각 51.2%, 33.7%를 기록했고 이 전 대표와는 각각 52.4%, 30.0%의 지지율로 격차를 더욱 벌렸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민심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민주당은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와 이에 따른 지지율 상승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일종의 발탁 은혜를 입었다”며 “야당 대선 후보가 된다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는 일”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어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파격 승진을 했다”며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실제 윤 전 총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됐고 2년 만에 문무일 검찰총장의 뒤를 이어 검찰 수장을 맡게 됐다. 송 대표는 “당시 윤석열 후보는 사법연수원 23기로, 문무일 전 총장이 18기였는데 5기를 떼서 파격적으로 승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송 대표는 “이회창 씨 같은 경우 김영삼(YS) 정부에 의해서 감사원장·국무총리로 발탁됐지만 YS를 배신하고 나와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다 결국 실패했다”며 윤 전 총장을 정조준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공보 담당자로 언론인 출신의 이동훈 씨를 내정했다.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한 가운데 공보 담당자를 선임한 만큼 앞으로 조직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이 공보 담당자를 선출하면서 대선 출마 선언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출마를 안 할 것이라면 공보 라인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면서 "본인이 대선 출마 결심을 굳혔다면 차라리 출마 선언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본인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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