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하도록 한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들의 해외 여행길이 사실상 막힌 가운데 정작 국회의원들은 공항 의전, 경범죄 면책 등 특권을 누리기 위한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김홍걸 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10일 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에 국회의원을 추가하도록 하는 ‘여권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따라 발급하던 관용 및 외교관 여권의 발급 대상을 법률로 상향 규정하면서 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에 ‘현직 국회의원’을 명시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9월 허위 재산 신고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가운데 17명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외교관 여권 소지자는 중요 외교 요인으로 간주되는 만큼 일부 국가에서는 비자 면제와 경범죄 등에 대한 면책 특권 등이 주어진다. 또 공항에서 불시 소지품 검사를 피할 수 있다. 현행 여권법 시행령이 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을 전·현직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장, 외교부 장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이유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 나가 외교관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 의원들이 여전히 특권 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만든 악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도 외교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국회의원에게 외교관 여권이 발급되고 있다. 개정안에 대한 외통위 수석전문위원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현직 국회의원 모두가 외교 활동을 위해 외국을 방문하지는 않는다는 점과 외교부 장관을 제외하면 행정부 각 장관에게도 외교관 여권이 아닌 관용여권을 발급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개정안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였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해외 주요 국가들도 국회의원에게 원칙적으로 외교관 여권을 발급하지 않는다. 미국은 상·하원 중진 의원 및 당 지도부 의원에 한해 외교관 여권을 발급한다”면서 “프랑스와 스페인은 상·하원 의장에게만, 러시아는 연방의회 최고위직 특수 임무 수행자에게만 외교관 여권을 발급한다”고 지적했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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