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실상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처럼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최 원장도 정치 참여 선언을 넘어서 대통령 선거 도전에까지 나설 것으로 보여 야권 잠룡들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 국민의힘은 범야권 대통합까지 주장하면서 반문 세력 결집에 나섰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감사원에 출근하면서 “대통령님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등 문제와 관련해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아침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대선 출마 여부는 추후에 밝히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 원장은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정치 입문 시기와 관련, “사의를 표명하는 마당에 자세히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그건 차차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사실상 범야권 대선 주자에 합류한 최 원장을 반기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최재형 원장에 대해 항상 좋은 평가를 하고 있고 충분히 (국민의힘과) 공존할 수 있는 분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에 대한 대선 출마 지지 의사를 밝혀온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이날 국민의힘 상임고문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은 자유민주 공화국으로서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거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최재형 감사원장”이라고 치켜세웠다.
국민의힘은 최 원장에게 입당 등 정치 행보를 결정할 시간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정치 참여에 대한 부분은 어느 당 밖 주자라 하더라도 고독한 개인의 결단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며 “‘푸시(밀기)’하지도 ‘풀(당기기)’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당 밖 대권 주자 영입을 총괄하는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도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본인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며칠 필요할 것”이라며 시일을 두고 최 원장을 접촉할 것임을 시사했다.
최 원장 사퇴로 야권 대선판이 커진 가운데 국민의힘은 오는 7월 1일부터 8일까지 범야권 대통합을 위한 일괄 복당 신청을 진행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플랫폼으로 반문 결집을 본격화하면서 세 불리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탄핵 기점 이후 정치적 사유로 탈당·분당해 당에 함께 못하는 분들에 대해 문호를 열 것”이라며 “큰 결격 사유가 없는 이상 모두 받아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탄핵 국면에 탈당한 이정현 전 대표 등이 복당 대상으로 거론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최 원장이 제출한 사표를 당일 8시간50분 만에 바로 수리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재형 감사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작심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월 윤 전 총장 사의 때는 별도의 비판 입장을 내지 않았다.
여당은 최 원장에 대한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해서 그 자리를 지켜주시길 바랬는데 그런 결정을 내리신 것에 대해서 너무나 유감스럽다”며 “법조인으로서 한계를 뛰어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임명권자 등에 칼을 꽂는 기회주의자 윤석열·최재형은 호가호위의 ‘반사체’에 불과하다”며 “탱크만 동원하지 않았지 반세기 전 군사 쿠데타와 다를 바 없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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