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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후폭풍…농가 일손도 비상

미곡종합처리장 등 운영상 차질

수확 소화 못해 쌀값 인상 불가피

인건비 부담 새내기 스타트업도

"VC 투자 유치 줄어드나" 발동동





다음 달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로제 확대 적용으로 농업계와 스타트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자본이 충분하지 않고 인력에 많이 의존하는 농업과 초기 스타트업계는 주 52시간제와 같은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도입 여파가 농업 현장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반 사업장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 기간도 주어지지 않으면서 수확철을 앞둔 전국 각지의 미곡종합처리장(RPC·Rice Processing Complex)들이 심각한 경영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6일 고용노동부는 당초 계획대로 오는 7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중앙회와 공동으로 진행한 노동시간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의 준비가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RPC나 이와 유사한 민간 정미소,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등 농업계 현장은 주 52시간제를 도입할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바쁜 쌀 수확철을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 쏟아지는 물량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연 3,000톤 이상의 쌀을 유통하는 RPC는 전국에 180여 개가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은 30인 미만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통상적으로 수확 기간은 이르면 9월 초부터 10월 중반까지로 길면 60일 정도, 8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하는 조생종은 최대 70일까지도 본다”며 “이 시기에는 일손을 많이 동원해 여유 있게 쌀을 받아줘야 하는데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인력이 부족해져 작업 시간이 상당히 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주 52시간제가 자칫 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직원 각자에게 할당된 근무시간이 줄어도 RPC가 원활한 작업 속도를 유지하려면 인건비를 더 지출해 추가 채용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용류 한국RPC협회 전무는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교대 근무 방식으로 인력을 충원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건비 상승분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쌀값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인력 수급조차도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은 또 다른 부담이다. 이문균 보성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계속 찾고 있지만 당장 며칠 전 일하기로 약속한 사람들마저도 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원 홍천군 북방면의 논에서 누렇게 익은 벼 수확이 한창이다. /연합뉴스


농업뿐 아니라 50인 미만 초기 스타트업들도 주 52시간제 도입을 앞두고 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도입을 위해 최근 구인 문제가 심각한 개발자를 더 뽑아야 하는데, 개발자 임금은 더 치솟고 초기 스타트업의 재무구조는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음성 대화 서비스 스타트업 A사 대표는 “주 52시간제도 도입에 따른 준비가 다소 부족한 상황”이라며 “최근 80억 원 안팎의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는데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라 추가적인 인력이 필요할 수도 있어 투자 금액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상승이 예상되면서 초기 스타트업들은 투자 금액이 더 필요한데 벤처캐피털(VC) 입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달갑지 않다. 한국투자파트너스의 한 관계자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경우 주 52시간제의 영향으로 기존 투자 금액보다 더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 본질은 똑같은데 시장 인건비 상승으로 투자를 더 늘리는 것은 다소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최근 네이버·카카오·넥슨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 개발자 몸값을 잇따라 올리면서 시장에 개발자들이 부족하고 몸값이 폭등하는 가운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주 52시간제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노동 집약 산업이나 제조 기반 기업의 근로자와 달리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은 고유의 신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적합한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며 “급격히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에 주 52시간제가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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