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총재가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 매입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유로존 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ECB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채권 매입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에너지 가격이 시장 전망보다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ECB의 통화정책 목표치가 ‘2.0%에 근접한 수준으로 유지’임을 감안하면 여유가 아예 없는 상황이다. 바이트만 총재는 물가 상승을 갈라파고스 거북에 빗대며 “인플레이션은 죽지 않는다”고도 했다. 유가가 하락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바이트만 총재는 유로존의 생산력이 내년 1·4분기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와 견해가 다르다. 그는 앞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 지원을 멈추고 긴축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CB는 이달 초 통화정책회의에서 ‘팬데믹 긴급 매입 프로그램(PEPP)’의 채권 매입 규모를 적어도 내년 3월 말까지 1조 8,500억 유로(약 2,500조 원)로 유지하기로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