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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쏠림' 해소한다더니...두달새 외국인만 신났다

공매도 재개 후 외국인 비중 80% 육박

종전 50~60%대에서 급격히 늘어나

제도 개편 후 '규제 준수' 민감해지자

국내기관 비중 30~40→18%대로

외국인 쏠림 굳어지면 해외 자본 영향 커져





“예전엔 추가 이익을 내기 위해서도 공매도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유동성공급(LP)을 위해 꼭 필요한 거래가 아니라면 공매도를 안 해요. 문제가 될만한 거래는 하지 말자는 거죠.”

국내 한 증권사의 트레이딩 부서는 최근 LP 목적을 제외하면 가급적 공매도 거래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공매도에 대한 여론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 문제 소지를 최소화하자는 의도다.

공매도 부분 재개와 함께 공매도 규제가 강화한 영향도 크다. 시장조성자 공매도 제한이 대표적이다. 특히 매도 목적 대차거래 정보를 무조건 5년간 전산에 보관하도록 자본시장법 규정이 바뀌면서 적극적인 공매도 거래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아직 관련 시스템을 완비했다고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수로 데이터베이스에 대차거래 정보를 누락하면 6,0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5월 3일 공매도가 코스피200·코스닥150 내 종목에 한해 재개됐지만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공매도 거래에 몸을 사리고 있다. 반면 외국인은 기관투자가보다 적극적으로 매도 거래를 펼치면서 국내 증시 내 공매도 거래 점유율을 80%까지 늘렸다. 공매도 시장 내 ‘외국인 쏠림’이 심해지면서 해외 금융사들이 국내 증시 하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재개 후 최근 2개월(5월 3일~7월 1일)간 유가증권·코스닥 공매도 거래 대금에서 외국인이 차지한 비중은 79.8%에 달했다. 지난 2020년 1~3월(55.1%)은 물론 2019년(62.8%), 2018년(67%)보다 급증한 것이다.

국내 기관투자가의 공매도 점유율은 큰 폭으로 내려갔다. 지난 2개월 사이 전체 공매도 거래 대금 중 기관투자가 비중은 18.4%에 달했다. 2018~2020년 공매도 거래 대금의 30~40%가 기관 몫이었음을 고려하면 국내 증권사·자산운용사가 공매도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과 달리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공매도를 급격히 줄였기 때문이다. 우선 최근 2개월간 외국인의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 대금은 4,771억 원에 달해 코로나19발 폭락장으로 매도성 거래가 활발했던 지난해 1분기(3,603억 원)보다도 많다. 지난 한 달간 외국인의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 대금도 3,747억 원으로 지난해 1~3월은 물론이고 2019년(2,640억 원), 2018년(3,514억 원)에 비해서도 늘었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가의 최근 두 달 간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 대금은 1,100억 원으로 저조하다. 비록 최근 1개월 사이에는 이 금액이 1,238억 원으로 늘었으나 지난해 1~3월(2,860억 원), 2019년(1,518억 원), 2018년(1,689억 원)보다도 낮다.

‘규제'에서 갈린 외국인·기관




업계에서는 기관과 외국인이 서로 다른 태도를 취하는 배경으로 제도 개편을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개편으로 기관들이 제도 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공매도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것도 기관들이 주저하는 이유”라고 해석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3월부터 1년 2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조성자 공매도 제한 △무차입 공매도 방지 목적의 대차거래 정보 5년 보관 의무화 등의 조치를 내놓았다. 외국계·국내 기관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국내 기관들은 규제 강화에 곧바로 반응한 반면, 외국인들은 제도 준수 문제와 상관없이 매도 포지션을 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국계 금융사들은 해외 기관에 공매도 관련 서류를 저장해 우리나라 금융 당국에서 조사하기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아무리 금융 당국이 자료 제출을 요청해도 외국계 증권사들은 여기에 잘 응하지 않고 설령 제출 의사가 있다고 해도 시간을 끈다”며 “금융 당국이 외국계 기관은 잘 건드리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당분간 이 같은 외국인 쏠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이 관련 전산을 구축 중인 데다 기관의 공매도 거래에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공매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비록 개인의 최근 2개월간 일평균 공매도 거래 대금은 106억 원으로 40억 원대에 머물러 있던 2018~2019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으나 비중으로 따지면 여전히 1.8%에 불과하다. 정부는 개인 공매도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현재 60일인 개인 대주 차입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공매도 ‘외국인 쏠림' 고착화하면 해외 자본 영향력 커질 수도”




투자자들은 이 같은 ‘외국인 쏠림’이 해외 자본의 국내 증시 영향력 증대로 이어질지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대금’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처럼 공매도 거래 내 외국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해외 자본의 매도 포지션이 국내 증시 하락에 끼치는 영향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5월 3일부터 이달 1일까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5,978억 원이다. 최근 1개월 기준으로도 하루 5,086억 원이 거래돼 2017~2019년 평균(4,541억 원)보다 거래가 활발한 모습이다.

다만 코스피·코스닥 공매도 거래액이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보단 낮은 편이다. 이 비중은 지난 2017~2020년에만 해도 3~7% 수준을 보였는데 공매도 재개 후엔 지난 5월 3일 4.25%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1~2%대를 유지하고 있다.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공매도 포지션이 비교적 저조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에 상당히 하락 압박을 줄 정도로 공매도 물량이 큰 건 아닌 것 같다”며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당장 시장 왜곡이 있진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공매도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구조적’으로 커질지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외국인 공매도 쏠림이 굳어지면 국내 증시가 하락장에서 해외 자본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안 그래도 지금 국내 증시는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내리는 구조”라며 “공매도에서 외국인 비중이 계속 높은 추세를 보인다면 가격 하방에 대해 외국인의 결정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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