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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대유행에 금리인상까지…‘832조 자영업 부채’ 어쩌나

신보 소상공인 2차 대출 부실률

작년 12월 0.22→올 6월 1.32%

반년 새 6배 급증

사진은 15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문을 닫은 상점의 모습. /연합뉴스




자영업자의 대출 부실률이 반년 만에 6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방역 수칙 강화로 자영업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대출금리까지 꿈틀대며 약 832조 원에 달하는 자영업 대출 부실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16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의 소상공인 2차 금융 지원 프로그램 보증 잔액은 지난해 12월 3조 2,689억 원에서 지난 6월 6조 2,282억원으로 약 2배 불어났다. 반면 부실액은 같은 기간 73억 원에서 409억 원으로 더 빠르게 늘며 부실률이 0.22%에서 1.32%로 6배나 뛰었다. 지난해 5월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12개 시중은행에서 소상공인이 최대 3,0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으면 신보가 95%를 보증해준다. 처음 2년은 연 2~4%의 저금리 이자만 내고 이후 3년간 원리금을 갚아나가는 구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1금융권 소액 대출임에도 부실률이 1% 초중반이라는 것은 자영업자의 대출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내용과 속도도 문제다. 대출 규모가 3,000만 원 이하이고 금리도 낮아 이자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폐업, 개인 회생 및 파산 신청이 급증하면서 불과 반년 만에 부실률이 치솟고 있다. 예정처는 “대출 실행 후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부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는 3년째부터는 부실률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위험 자영업 대출자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 이들을 중심으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용보증기금의 소상공인 2차 금융 지원 대출 부실률이 불과 반년 만에 여섯 배나 급증한 것은 원리금 상환 유예라는 정부 정책의 ‘착시 효과’에 가려져 있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소상공인 2차 금융 지원의 경우 대출 이후 2년간 원금도 아닌 저금리의 이자만 내게 했는데도 자영업자 대출이 급속도록 부실화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빚 폭탄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오는 9월 원리금 상환 유예 일몰이 돌아오면 이자나 원리금 일부 상환 등을 통해 점진적인 출구전략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원리금 상환 유예에 가려진 ‘민낯’=현재 자영업자·중소기업은 전(全) 금융권에서 원리금 상환 유예를 받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지속에 일정 요건을 갖추면 원금과 이자를 나중에 갚아도 되게 하는 정책이다. 이에 금융권의 자영업자 연체율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말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원화 대출 연체율은 0.25%로 지난해 5월에 비해 0.12%포인트 내렸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이 계속되고 분모에 들어가는 자영업자 대출 잔액 자체가 급증하면서 연체율은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물밑 사정은 정반대다.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이 끝나는 순간 자영업 대출의 부실 폭탄이 터지면서 연체율이 치솟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3월 정부는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을 처음 내놓으면서 이를 그 이전 대출에 대해서만 적용했다. 신보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2차 소상공인 대출의 경우 정상적으로 이자를 받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이자를 연체하거나 폐업, 개인 회생 및 파산 신청을 하는 사람이 나오면서 부실률이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5대 은행서만 코로나 거치며 46조 원 급증=이처럼 부실 징후가 뚜렷한 데도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비은행권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우려 요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개인사업자(소호대출·정책금융 포함) 대출 잔액은 285조 5,615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12월 말(239조 4,193억 원)에 비해 1년 반 사이 46조 1,422억 원 급증했다.

시야를 넓혀 국내 은행 전부와 저축은행·카드사·캐피털 등 2금융권까지 합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부채는 3월 말 현재 831조 8,000억 원(대출자 수 245만 6,000명)으로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3%에 달했다. 전년 대비 증감률도 올해 1분기 18.8%로 한국은행이 통계를 집계한 2012년 이후 최고치였다. 올 1분기 가계대출 증감률(9.5%)과 기업대출(14.1%) 증감률도 웃돌았다.

대출의 질이 안 좋아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자영업자 소득별 대출 증감률을 보면 저소득층인 1분위 대출 잔액은 올 1분기에 전년 대비 26% 급증해 전체 계층 중 가장 높았고 2분위가 22.8%로 2위였다. △3분위는 17.7% △4분위 11.6% △5분위 19.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득이 적은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늘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고금리 대출 비중도 늘고 있다. 업황이 기울자 은행에서 퇴짜를 맞은 자영업자들은 2금융권에 손을 벌리는 실정이다. 실제 자영업자의 비은행권 대출 증감률은 올 1분기 24.4%(전년 대비)로 은행권 대출(16.2%)을 앞질렀다. 자영업자의 전반적인 채무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총부채/총자산 비율(DTA)도 지난해 3월 말 28.5%에서 연말 31.4%로 올랐고,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 역시 같은 기간 195.9%에서 238.7%로 껑충 뛰었다.

◇원리금 유예, 연장하되 점진적 출구전략을=물론 금융권도 대출 부실을 우려해 방파제(충당금)를 쌓고 있어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도미노 파산 우려가 커지는 만큼 세밀한 대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의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은 9월 말로 일몰이 예정돼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연장이 불가피하지만 무조건적 연장보다는 이자라도 내도록 하는 등 점진적 출구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3월 말 원리금 유예 시행 이후 일몰이 돌아올 때마다 일부라도 조금씩 상환하도록 하는 등 대출을 관리했어야 했는데 그대로 연장하다 보니 위험성이 더 커졌다”며 “9월 말 일몰이 돌아오면 이제라도 출구전략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음식, 숙박, 여가 서비스등 코로나로 악화된 업종은 그동안 유예돼온 원리금을 저금리 대환대출 상품이나 장기 분할상환 상품으로 전환하는 점진적 상환 방식을 도입해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저축은행 및 여신전문금융사 자영업 대출은 은행에 비해 금리가 높고 대출자 신용도도 낮아 부실 위험이 높다”며 “별도의 대출 규모와 증가율 관리 목표를 설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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