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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분석
저출산은 돌이킬 수 없는 상수···"극복 아닌 '적응' 정책 펼쳐야"

[창간기획-리셋 더 넥스트]

<1> 미뤄둔 미래 리스크 - 인구 골든타임이 지나간다

저출산은 일자리·주거 모두 맞물려

200조 쏟아부었지만 백약이 무효

도시집중·비혼 만연에 고령화 겹쳐

이대로면 2040년께 국가존립 위태

삶의 질 개선 통한 출산환경 구축을





‘인구지진(Age quake)’이 대한민국의 경제와 사회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충격이 지진보다 더 클 것이라는 영국의 인구학자 폴 윌리스의 예측은 2021년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는 27만 명, 사망자는 30만 명. 사상 첫 인구 자연 감소가 발생하며 인구지진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 반면 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오는 2025년 20.3%에서 2060년 43.9%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와 복지 수준에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적정인구’는 어느 정도 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의 2080년 적정인구를 4,299만 명으로 추산했다. 보사연의 추산대로라면 통계청의 중위 인구 추계 기준으로 2060년께부터, 통계청의 저위 인구 추계 기준 2040년께부터 우리나라 총인구는 적정인구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MZ세대의 은퇴 시기인 2080년에는 저위 추계로 총인구는 적정인구 대비 1,434만 명 부족하게 된다. 이 밖에 한국인구학회는 적정인구를 4,600만~5,100만 명,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추산한 적정인구는 4,350만~4,950만 명으로 추정했다. 2021년 5,182만 명인 인구를 감안하면 지금과 같은 저출산 구조라면 2040년께부터는 인구지진에 국가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저출산 현상이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하지만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합계출산율이 단기간 내 인구대체수준인 2.1명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교육 문제, 일자리 문제, 주거 문제, 부의 세습 문제 등이 모두 맞물려 있는 것이 저출산”이라며 “정부가 20년간 수많은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고 결국은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MZ세대의 등장으로 주목받는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가 도시 집중이다. 청년 대부분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일하는 가운데 집값이 폭등하니 주거 문제로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N포 세대의 복수인 셈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 가격은 10억 1,417만 원. 10억 원이 넘어야 집을 살 수 있는 서울의 2019년 합계출산율은 0.717에 불과하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 교수는 “대도시 밀도가 높아지니 경쟁이 심해지고 집값이 올라 서울에 살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며 “서울에 일자리가 몰리다 보니 청년들이 수도권에 몰리고 각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본능인 재생산 기능을 억누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저출산은 거스르기 힘든 사회 문화 변화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 교수는 “자녀에 대한 전통적이고 가족주의적인 애착에 최근 서구의 개인주의적 문화가 섞여 개인의 자아실현이 중요해지는 동시에 소중한 아이를 키우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의 MZ세대 인식 조사에서도 결혼을 해도 40.4%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답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초저출산 △비혼 △만혼 △가구 축소 △수명 연장 △도시 집중 등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할 여섯 가지 인구 현상을 적시하며 “이러한 변화가 야기할 미래 시장의 특성을 선제적으로 전망하고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한다면 인구구조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의 바탕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위협 요인인 저출산·고령화는 바뀔 수 없는 상수”라며 “정부의 해결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관련 산업구조 변동을 면밀히 살펴 핵심 경제 요소로서 ‘기업’의 생존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 개조에는 시간이 걸리는 반면 인구 감소로 인한 충격은 눈 앞에 닥쳐와 있다. 한정된 재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정책 기조를 대전환해야 한다.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저출산 기조로 접어든 사회는 이상적인 가족 크기의 감소, 인구의 고령화, 노동시장의 영향 등으로 인해 계속 아이를 낳기가 어려워지는 ‘저출산의 덫’에 빠지게 된다”며 “정책 당국자들이 앞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피할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고 전략의 초점을 ‘완화’와 ‘적응’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저출산에 쏟아부었다. 올해는 약 43조 원이 저출산 예산으로 계획돼 있다. 전문가들은 합계출산율 감소에 화들짝 놀라 여기저기 예산을 뿌리기보다는 타깃을 정하고 변화된 출산의 심리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는 출산율 저하를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아이를 위한 부모로서의 ‘이타적 행동’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출산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저출산을 상수로 봤을 때 다가오는 미래 리스크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2000년대생부터 출생아 수가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 이들이 대학을 가기 시작하면 대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게 되고 입대하는 인원도 갈수록 줄어 군대를 지금과 같은 형태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노인 인구가 급속히 늘어 발생하는 의료 공급 부족 문제와 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는 문제도 상당히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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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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