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정의선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현대기아차는 더 이상 자동차 제조 회사가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후 조직 문화를 혁신시켜 다양한 서비스 콘텐츠를 하나둘 자동차에 내재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 의미를 실감하고 있다. 머지않아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되면 우리 일상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가 자동차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의 제조 혁신은 소비자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제조 기업에서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목표로 한다. 이제 제조업은 제품을 잘 만드는 단계에서 제품에 서비스를 부가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단계로 진화했다.
제품은 소비자가 사용함으로써 그 가치가 증명된다.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느끼는 가치가 제품의 본질이고 목적이다. 따라서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가치를 느끼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동안 제품은 중소 제조 업체에서 만들고 소비자에게 제품 가치를 전달하는 역할은 브랜드를 가진 대기업 또는 유통 업체가 담당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공급 과잉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 덕분에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맞춤형으로 생산해야 생존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 경제가 됐다.
이렇듯 공급자 주도 경제에서 수요자 주도 경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플랫폼 비즈니스가 출현했다. 아마존과 같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낸 모든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먼저 수집한 후 그에 맞는 상품을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소비자 니즈 데이터를 소비자 경험 데이터로 전환했고, 이제는 소비자 자신도 미처 몰랐던 가치를 플랫폼이 제공하며 감동을 주고 있다.
수요자 중심 경제에서 제조 기업의 생존법은 고객 가치를 직접 수렴할 수 있는 고객 접점 시스템을 구축하는 길뿐이다. 실시간으로 고객 가치를 직접 받아들이지 못하면 성장은 고사하고 비즈니스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 중심의 이노비즈 기업이 삼삼오오 디지털 가치사슬 클러스터를 형성해 제조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하려는 이유다.
그동안 중소기업 제품은 신뢰 부족으로 시장에서 선택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생성되는 제조 빅데이터를 활용해 생산 이력이 포함된 제품 생산이 가능해지면 소비자 선택과 제품 만족도가 높아진다. 이노비즈협회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 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반 가치사슬 클러스터를 구현하고자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치사슬 클러스터에 유통 플랫폼을 결합시키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의 미래는 서비스화를 통한 플랫폼 활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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