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 발병 사태 이후 조건부로 석방된 피의자가 대거 늘었지만 감염 주요 원인인 ‘3밀 환경(밀폐·밀접·밀집)’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밀화 방지 등을 위한 교정 시설 신축·증축은 물론 백신 예방접종 등 근본 해결책들은 답보 상태라 동시다발적인 재소자 감염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구속집행정지를 허가 받아 출소한 재소자는 188명에 이른다. 반년 만에 2019년(95명)·2020년(184명)의 출소 인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구속집행정지는 구속된 피고인이라도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주거 제한 등 조건을 달아 석방하는 제도다.
같은 기간 가석방으로 풀려난 재소자도 4,409명에 달했다. 지난해 가석방 총수(7,911명)의 절반을 웃도는 수치다.
법무부는 1,200명이 넘게 감염된 ‘동부구치소 사태’ 이후 구치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중증도에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구속 집행을 정지하고 가석방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재소자가 빽빽하게 몰려 있는 교정 시설의 특성상 ‘땜질식 처방’일 뿐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 27일 기준 교정 시설 수용 인원은 5만 1,970명으로 정원인 4만 8,600명보다 3,000명이 많다. 교정 시설 수용 인원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5만 명대를 밑돈 적이 없다. 같은 기간 수용 정원은 4만 6,430명에서 4만 8,600명으로 늘어나는 데 그쳐 집단감염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신이 구속된 다수의 인원이 밀집한 구치소와 교도소의 특성상 집단 발병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아파트형인 동부구치소는 공기가 잘 순환되지 않는 밀폐형 구조라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만성적인 과밀 수용을 해소하기 위해 수용 시설의 신축이나 증·개축 등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에 법무부는 올해 ‘교정시설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추진과 함께 최근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교정시설 개선방안 연구’ 사업을 조달청을 통해 발주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제는 시급한 상황에 비해 실질적인 변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법률 제정과 예산 확보 등 사업을 착수하는 데만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이미 신축·증축 공사에 들어간 구치소(거창)와 교도소(천안·목포·제주)도 사업 계획상 빨라야 내년에 문을 연다. 당장에 과밀 수용을 해소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정 시설이 집단감염에 취약한 데도 재소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되레 평균치보다 낮다. 최근까지도 백신 접종을 완료한 재소자는 전체 인원의 1%가 채 되지 않았다. 만 75세 이상만 접종 대상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법무부는 뒤늦게 지난 26일부터 만 50세 이상의 재소자들에 대한 백신 접종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교정 시설의 특성을 감안해 재소자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감염률이 4~5배까지 높아진다”며 “구치소나 교도소의 대량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나이별로 끊지 말고 전체적으로 백신 접종을 해주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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