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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IB씨] 10조 데카콘 등장에...IB업계가 허탈한 이유





요즘 투자은행(IB)업계에는 ‘집집마다 인생 딜’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모 펀드(PEF)나 중견 기업이 평생 할까 말까 한 대규모 매각에 성공하기 때문이죠. 사모펀드 H&Q 아시아퍼시픽코리아의 잡코리아 경영권 매각(9,000억 원)이나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하이브 지분 매각(8,500억 원), 한샘 창업주의 경영권 매각(1조 5,000억 원) 등이 있죠. 사모펀드의 경우는 투자금이 8~9배로 불었고, 한샘 역시 창업주 일가가 평생 쓰고도 남을 수천 억 원의 돈을 쥐게 됐으니까요.

하지만 이들을 포함해 전체적인 IB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아니, 허탈하다는 편에 가깝네요. 일단은 파는 가격이 올라서 좋긴 한데, 다시 사려고 하니 기업들의 가치가 너무 올라 있기 때문입니다. 집값이 올라서 가진 집은 팔았지만, 다시 새 집을 사기 어려운 형편인 중산층의 모습과도 비슷해 보입니다. 게다가 수천 억 원이 아닌 수조 원의 가치를 주장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니 기존의 투자 업계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듭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일까요. 스타트업이나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을 보면 확실히 드러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기간 기업가치가 오른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Unicorn)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돌았죠. 최근에는 그 단위가 10배로 올라 10조 이상을 뜻하는 데카콘(Decacorn)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8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야놀자, 상장 후 몸값 40조를 돌파하며 시가총액 2위 현대차 지위를 위협하는 카카오뱅크 등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카뱅은 금융업계 1~2위인 KB금융그룹이나 신한금융그룹의 2배를 넘겼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시총이 43조원을 넘겼습니다. 요즘은 만나는 취재원마다 카뱅의 주가를 검색하느라 여념이 없네요.


물 밑에서 투자 이야기가 오가는 기업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활발한 네이버파이낸셜은 업계에서 몸값이 15조 원을 호가한다고 합니다. 지난해 매출 7,043억 원 영업이익 369억 원으로 이제 막 적자를 벗어났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보다 매출은 10배 높은 하림지주의 시총이 7,000억 원 안팎인 것을 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합작 파트너인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미래에셋캐피탈과 네이버 쇼핑에 입점한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 프로그램을 내놓았습니다. 금융데이터가 아닌 반품률, 단골고객 비중, 고객 문의 응대 속도 등 네이버를 통해 입수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최근에 신한금융그룹은 과거 투자한 생각대로와 함께 배달앱을 출시하기로 했는데요. 신한금융이 배달사업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금융회사라면 알 수 없을 소상공인 관련 데이터를 확보해서 이를 금융 사업에 활용하려는 노력입니다. 네이버의 행보와도 닮아 보이지 않나요.



코로나19 에도 랜선 여행 상품을 늘린 온라인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수하려고 군침을 흘리는 후보들은 많지만, 마이리얼트립이 자체적으로 판단한 기업가치는 10조 원이라고 합니다. 여행업계에서는 처음에는 자본금 등 규모가 영세한 여행사가 온라인 전문 여행사로 출발했는데 이제는 오프라인 여행사와 시장 지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전통 산업에 종사하던 회장님들은 회의감까지 느낍니다. 한 창업주는 “평생을 바쳐 일군 회사를 일구고 이제는 직원만 700명 규모로 키웠는데, 기업가치는 2,000억 원으로 평가받았다. 이보다 직원 수가 훨씬 적은 플랫폼 기업은 2조 원이라고 하니 누가 이유를 설명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기존에는 기업에 대한 평가를 당기순이익이나 영업이익 같은 이익이 얼마냐로 했는데. 새롭게 등장한 기업은 거래규모나 매출 등 덩치를 갖고 평가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돈을 좇는 투자 은행의 인력이 스타트업에 몰리는 것도 당연합니다. 한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은 최근 스타트업 창업 전문가로 변신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의 모태펀드를 통한 창업 자금 지원이 넘치고 민간 투자도 밀려 들면서 아이디어와 이것을 설명할 능력만 있다면 창업은 어렵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그는 자기 돈 수십 만 원을 투자하고 외부 투자를 유치해 수백 억 원으로 키우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중견 투자 운용역은 아예 인공지능과 핀테크 공부에 돌입했습니다. 다니던 회사는 그만두고 스타트업의 최고책임자로 가거나 아예 창업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금융 업계에 머물고 있다가는 저물어가는 산업과 함께 나락에 빠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기존 산업의 가치가 떨어지고 플랫폼 등 신산업에만 돈이 쏠리는 이 현상은 언제까지 갈까요. 아무리 그래도 언젠간 거품이 빠지는 때가 있지 않을까요. 최근 미국에서는 신산업과 관련해 거품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거품이나 아니다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조만간 국내에도 영향을 미쳐서 옥석을 가릴 시기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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