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업계가 객(客) 단가가 높은 명품 브랜드의 매장을 확대하기 위해 아웃도어 브랜드를 철수 시키거나 좁은 공간으로 재배치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 업계가 남성, 여성, 뷰티 등으로 점포를 세분화 해 백화점 한 곳 당 3~4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명품 업계의 영토 확장 정책의 희생양이 아웃도어가 된 셈이다. ‘산린이(등산+어린이)’ 증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아웃도어 업계는 백화점의 냉대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에 위치한 A백화점은 최근 층별 조닝(점포 배치) 변경을 통해 기존 6개의 아웃도어 브랜드 중 4개 브랜드를 철수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남아 있는 두 브랜드 중 한 곳도 9월에 추가로 철수시킬 예정이다. 백화점에 아웃도어 브랜드가 단 한 곳뿐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측에서 입점 재계약 조건을 아웃도어 브랜드에 불리하게 제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철수하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늘어나는 중”이라며 “오프라인 매출이 큰 아웃도어 업계 입장에서는 갑자기 자리를 잃게 되면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B백화점에서도 각기 다른 층 주요 포지션에 분산되어 있던 일부 아웃도어 브랜드의 기존 매장들을 모두 같은 층에 몰아 배치하며 아웃도어 업계가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B백화점에 입점한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는 “지금 10여개의 아웃도어 브랜드가 한 층에서 쓰고 있는 공간은 최근 입점한 특정 브랜드의 매장보다 작다”며 “좁은 공간에 아웃도어 브랜드가 모여 있을 경우 아웃도어 전체의 이미지가 낮아지게 된다”고 호소했다.
특히 아웃도어 업계는 최근 높은 매출 성장성을 보이고 있어 ‘찬밥’ 대우를 받을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브랜드의 올해 매출 성장률은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발발로 힘들었던 지난해 기준으로도 노스페이스를 판매하는 영원아웃도어는 5% 증가, F&F의 디스커버리는 18%, 내셔널지오그래픽은 24% 매출이 늘어났다. 특히 업계 1위인 영원아웃도어는 올해 상반기 매출도 30% 늘면서 3년 연속 매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브랜드는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년 이상 국내 패션 산업을 이끌면서 백화점을 비롯한 주요 유통 채널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며 “최근 실적도 좋은 상황에서 오랜 파트너십을 통해 동반 성장해오던 브랜드들에 대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의사결정 방식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백화점 업계는 아웃도어보다 매출 성장성이 큰 명품 브랜드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명품 매출 의존도가 높아진 탓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해 7월 기준 비식품 분야 매출 비중에 따르면 해외유명브랜드의 매출 비중은 35.4%다. 1분기 기준 30.7%에서 4.7%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업계의 큰 손으로 떠 오른 MZ 세대의 명품 수요가 높다”며 “특히 시장이 커지고 있는 남성 명품 라인을 강화하고 있고 해외 골프 브랜드 역시 입점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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