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의창만필]무리한 헬스 트레이닝이 남긴 교훈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심한 근력 운동 여파로 목에 무리와

아무리 좋은 운동도 내게 안 맞으면 독

근육질 몸매 만들려는 목적 아니라면

건강 관리 위해선 걷기만으로도 충분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나이가 드니 없던 병도 자꾸 생긴다. 고혈압이 생긴 지는 벌써 10년이 다 되고 수년간 당뇨 전 단계여서 조심했는데도 올해부터는 당뇨인 반열에 들었다. 눈도 나빠져 백내장이 생겼고 녹내장도 있다. 가끔은 이렇게 병 많은 의사에게 환자들이 치료받고 싶어 할까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 허리와 무릎은 그럭저럭 괜찮다.

고혈압이나 당뇨는 어쩔 수 없더라도 관절 건강만큼은 신경이 많이 쓰인다. 특히 무릎은 명색이 무릎 전문의인데 아프면 환자들을 볼 면목이 없어 나름 열심히 관리한다. 시간 날 때마다 스쿼트를 하며 허벅지를 강화하는 운동과 걷기 운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뭔가 특별한 관리 비법을 기대했던 독자들은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필자의 상태에서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몇 년 전 좀 더 건강해지기 위해 헬스 트레이너에게 체계적으로 운동을 배운 적이 있다. 혼자서 운동을 하니 가끔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주변에서도 올바른 방법으로 제대로 운동해야 효과가 좋다고 해 생전 처음 큰마음 먹고 헬스 트레이닝을 등록했다. 헬스 트레이너는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멋진 분이었다. 운동을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단기간 운동해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탄탄한 몸매였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몸매에 반해 그 헬스 트레이너에게 훈련을 받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트레이너는 필자 역시 ‘몸짱’이 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원장님, 제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1년 안에 저와 같은 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정말이에요.”



몸짱이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저 건강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싶었을 뿐이지만 열정적으로 가르쳐주고 싶어 하는 트레이너를 마냥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운동하는데 트레이너는 자꾸 필자에게 무리한 운동을 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려웠다. 근육을 만들려면 당연히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가장 많이 했던 근력 운동 중 하나가 앉았다 일어나면서 역기를 드는 근력 운동을 하는데 트레이너는 계속 역기 무게를 늘렸다. 도저히 내 체력으로는 들 수 없는 무게인데도 트레이너는 ‘할 수 있다’며 무조건 들어보라고 했다. 원래 필자는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며 자랐기에 전문가들의 말 또한 잘 듣는다. 그래서 힘에 부치는데도 안간힘을 쓰며 역기를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하니 온몸이 저리며 아팠다. 무리한 운동의 여파가 얼마나 심한지 이틀을 꼬박 앓아누웠다. 한마디로 뻗은 것이다.

그렇게 1년쯤 헬스를 하다 목이 아파 엑스레이를 찍고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목에 퇴행성 변화가 심하게 와 있었다. 지금껏 목이 아픈 적이 없었고 척추와 관절만큼은 튼튼하다고 자부했는데 목이 이렇게까지 망가졌다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헬스가 의심스러웠다. 물론 헬스만이 원인은 아니었겠지만 무리한 헬스가 목에 무리를 준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 일을 계기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건강을 관리하는 데 꾸준한 운동은 큰 도움이 되지만 어디까지나 나에게 맞는 운동일 경우에 한한다. 아무리 좋은 운동도 나에게 맞지 않으면 독이 될 뿐이다. 목적에 맞는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만들려면 강도 높은 근력 운동을 해야 하지만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걷기 운동과 가벼운 근력 운동만으로도 충분하다.

치료도 마찬가지다. 환자에게 맞는 좋은 치료는 따로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효과 만점이었던 치료가 나에게도 효과적인 치료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똑같이 어깨가 아파도 어떤 사람은 오십견으로 아플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어깨 힘줄 파열로 아플 수 있으니 증상은 비슷해도 치료 방법은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나에게 맞지 않는 무리한 헬스 트레이닝으로 목이 아파 고생한 후 환자를 볼 때 예전보다 더 열심히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살펴보고 치료 방법을 고민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데 혹독했던 트레이닝이 어떻게 환자를 봐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초심을 다지게 해준 셈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