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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나혼자'…이동하며 관람하는 연극

국립극단 '코오피와 최면약' 색다른 설정

서울로 7017~서계동 국립극단까지 이동

소설 '날개' 바탕 1930년대와 지금 중첩

서울로 걸으며 오디오, 극장선 VR로 관람

국립극단의 연극 ‘코오피와 최면약’은 서울로 7017를 중심으로 이상의 소설 ‘날개’ 속 1930년대와 오늘을 잇는 색다른 체험을 선보인다./사진=국립극단




도심 속 고가도로부터 극장까지, 관객이 지나온 길이 무대가 된다. 공간을 이동하며 작품을 관람하는 동안, 관객은 단 한사람. 국립극단이 오는 24일부터 10월 3일까지 선보이는 ‘코오피와 최면약’은 독특한 설정으로 우리 사는 ‘이곳’의 어제와 오늘을 연결한다.

코오피와 최면약은 국립극단의 ‘주변 문화시설 연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극단이 장소 퍼포먼스를 선보여 온 작가 서현석에게 ‘서울로 7017과 서계동 국립극장을 활용한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제안해 만들어졌다. 관객은 서울로 7017 안내소에서 안내를 받은 뒤 본인의 휴대폰과 이어폰을 이용해 준비된 소리를 들으며 국립극단 방향으로 걷게 된다.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 도착하면 극장 안에 들어가 가상현실(VR) 연극을 체험한다.



서 작가는 작품 의뢰를 받은 뒤 서울로 7017을 걸으며 ‘다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이 장소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라는 질문과 마주했고, 이상의 소설 ‘날개’(1936년)가 떠올랐다고 한다. 서울로 7017의 시작점인 회현동에는 날개의 주 배경인 미쓰코시 백화점(현 신세계 본점)이 있고, 서울역은 소설 속 주인공 ‘나’가 커피를 마시러 들르는 ‘티룸’이 있는 경성역이었다. 서 작가는 이상과 그의 작품을 바탕으로 1930년대를 재구성하고, 2021년의 현재와 중첩 시켰다. 실제로 서울로를 걸으며 듣는 오디오에는 작가가 직접 쓴 텍스트와 함께 이상의 ‘삼차각설계도’, ‘오감도’, ‘날개’, ‘권태’ 등 주요 작품의 일부가 인용된다. 이와 함께 1930년대 시대 상황을 느낄 수 있도록 그 당시 세계적으로 발생했던 주요 사건과 소설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언급된 음악도 흘러나온다. 서 작가는 “답답한 식민 사회에 살면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서양의 예술과 과학을 받아들이며 사유를 확장한 이상처럼 관객들이 갑갑한 일상의 틀을 뛰어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약 50분의 여정에 함께 하는 ‘다른 관객’은 없다. 매 회차 30분 단위로 한 명씩 체험할 수 있으며 사전 예약자에 한해 평일은 16명, 주말은 22명의 관객을 받는다.

서울로 7017은 1975년 완공된 옛 서울역 고가도로에 만들어진 산책로다. 산업 근대화의 상징으로 서울의 대표적인 구조물이었으나 2006년 안전성 D 등급 판정을 받은 뒤 수년의 재생·활용 논의를 거쳐 2017년 산책로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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