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통로인 회사채 시장도 삐그덕대고 있습니다. 전날 풀무원(017810)식품이 진행한 회사채 사전청약에는 500억 원 모집에 180억 원 주문만 들어오며 미매각이 났습니다.
낮은 신용등급(A-)임에도 비교적 만기가 긴 5년물을 내놓은 것이 치명적이었습니다. 금리 인상에 헝다그룹 사태, 미국의 테이퍼링 등 비우호적인 시장 상황도 부담이었지요.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 절감을 위해 최근 수요가 늘어난 5년물 채권을 계획한 것이 자충수가 됐다"며 "신용스프레드가 급등하는 가운데 5년 후 풀무원의 상황이 어떨지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풀무원과 같은 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우량 신용등급(AA) 신세계(004170)도 2,000억 원 모집에 5,800억 원어치 주문을 받았지만 발행금리는 기존보다 10bp 높아졌습니다.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회사의 신용 위험이 커지자 예전보다 금융비용을 더 지불하게 된 것이죠.
지난 28일 연 1.6%로 2년 만 최고치를 기록한 한국 국채 (3년물)금리는 이날 오전에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라가 발행하는 국채와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금리의 차이를 '신용 스프레드'라고 하는데요. 국채 대비 회사채 투자의 수익률을 보여주는 것으로 기업들의 신용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 회사채 스프레드는 9월 들어 꾸준히 올라 28일 기준 45bp(1bp=0.01%포인트)를 기록 중입니다. 반년 전(32bp)과 비교하면 10bp 넘게 상승했습니다.
연말까지도 시장 상황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다음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10월이 아니더라도 11월에는 오를 것이 기정사실인 만큼 변동성은 계속 클 전망입니다.
특히 4분기부터는 기관들이 북클로징(투자 마감)에 들어서면서 시장 수요까지 줄어듭니다. 국내 기업들은 이를 대비해 이달까지 약 41조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현금을 비축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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