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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장동 수사 ‘골든타임’ 놓친 경찰

심기문 사회부 기자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이다. 사건 관계자들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입을 맞추는 것을 막으려면 골든타임 내에 수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의지가 없어서인지,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골든타임을 놓치는 ‘실기’를 했다.

경찰에 주어진 시간은 충분했다.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를 둘러싼 수상한 자금 흐름을 통보하며 관련 자료까지 넘겼다. 하지만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소환은 언론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떠밀리듯 5개월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경찰은 자료가 방대해 분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지만 5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식 수사를 하며 실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경찰이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대장동 의혹 관련 인물들은 쾌재를 불렀다. 대장동 사건의 ‘키맨’으로 불리는 남욱 변호사는 이미 미국으로 몸을 피했다. 수사 대상자들이 입을 맞추며 수사에 대비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골든타임을 놓쳐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나서지 못하는 동안 혐의를 피할 구멍을 만들어두고 있던 셈이다.

결국 경찰은 뒤늦게 수사에 나선 검찰에 주도권을 뺏기며 자존심을 구겼다. 선제적으로 영장을 청구해 발부 받은 검찰이 언제든 같은 혐의를 수사하는 경찰의 사건을 몽땅 가져갈 법적 근거까지 마련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제대로 수사에 나서지 못한 이유로는 의지 부족과 능력 부족이 꼽힌다. 하지만 이유가 뭐든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 사건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에 치명상을 남겼다. 정권의 눈치를 보며 수사 능력마저 부족한 수사기관이라는 낙인이 강하게 찍혔다. 낙인을 지우려면 보다 신속하고 강력하게 수사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수사기관으로서 위상을 회복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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